아름다운 송림이 우거진 융·건릉 숲

길 샤함(Gil Shaham)의 바이올린 연주가 마음 언저리에 울려오는 12 월,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회색빛이다. 장대한 소나무들이 좌우로 도열한 채 경배하며 겨울 나그네를 맞는다. 지난 추석무렵 이 고즈넉한 융·건릉 숲을 찾았을 땐 태풍 곤파스로 여러 그루의 소나무가 쓰러져 흉측했다. 내가 사도세자와 정조의 묘를 찾는 건 순전히 아름다운 송림과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며 찬란한 햇빛이 좋아서다.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 감촉, 수북히 쌓인 가랑잎을 밟으며 오솔길을 산책하는 느낌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겨울,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길을 걸으며 우수의 계절을 탐미해 보지 않겠는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