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북한산을 오른다. 이 산을 오르고자 했던 것이 30년이 넘었다. 험준한 송추 쪽으로의 등산은 나를 다소 지치게 했지만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에 올랐을 땐 모든 것이 충만했다. 이 기쁨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힘든 것 감내하며 꼬리를 잇는 것이리라. 준비 없는 자들의 용맹한 목숨을 성급히 앗아간 인수봉이, 식후의 사자처럼 오수에 젖어있다. 구파발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대동사 팻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 있어 속으로 웃었다. ‘시부모님을 부처님처럼 공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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