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담화 내용과 의미
이명박 대통령의 29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국민 담화는 무엇보다 민간인 포격 규탄에 따른 북한의 잔혹함에 분노를 표명하면서 북한 응징과 국민적 단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청와대 습격사태와 아웅산 테러, 칼(KAL)기 폭파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수없는 도발에도 인내를 거듭했지만, 앞으로 말로만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필연적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북한 도발에 철저한 응징 구체화
이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에 따라 지난 5월24일 발표한 ‘천안함 대국민담화’에 담겼던 ‘적극적 억제’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적극적 억제를 구체화할 경우 교전규칙 변경, 북한의 침범 때 즉각 자위권 발동, 대북지원 차단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전규칙변경은 지난 25일 이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경제점검회의에서도 거론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민간인이 공격받았을 때 적용하는 교전규칙을 추가하고 비례성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는 북한이 추가도발을 할 경우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자위권 행사를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국민적 단합과 초기대응 미흡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적 단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담화문의 제목을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입니다’로 내세운 것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묻어났다.
“우리軍 초기대응 부족 책임 통감… 안타깝고 송구”
추가 도발땐 자위권 발동 등 ‘철저한 응징’ 강한 의지
이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한 안보위기를 맞아 우리 국민이 엄중한 현실 인식을 갖고 이념·지역·계층간 차이를 넘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장병들은 용감히 싸웠다.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임무를 다했다. 휴가 나가던 장병들은 즉시 부대로 달려갔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다.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달라.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이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연평도 도발이 발생했던 초기에 우리 군의 대응이 부족했던 점을 수용하면서 “책임을 통감한다.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했다.
■ 6자회담 회의적 입장·한미공조
중국의 6자회담 긴급 수석대표와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회의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점과, 이번 연평도 포격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이 없는 한 6자회담은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고 명분만 축적하는 역할만 할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내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방국인 미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중국의 6자 회담 수석대표 긴급회동 제의를 일축하는 메시지로도 읽혔다. 대신 미국과 공조를 통한 중국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이 대통령은 담화가 끝나자마자 한미연합훈련 이틀째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과 만나 굳건한 한미 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 대응할 수 있도록 당부했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강한의지 적극 지지” VS “불안해소 크게 미흡”
담화문 여야 반응 엇갈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여야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담화에서 북의 추가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강한 응징 의지와 상황인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잘못된 상황인식으로 무대책의 강경 기조만을 확인시켰고 현 국면을 타개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크게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추가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했다”고 평가했다.
안 대변인은 “특히 협박에 못 이긴 ‘굴욕적 평화’는 반드시 더 큰 화를 불러오고,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용기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나라 “국방개혁 더 강력 추진”
민주 “무대책·강경기조만 확인”
그는 이어 “이제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고, 서해5도는 어떠한 도발에도 철통같이 지키며, 국방개혁을 계획대로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정부가 이러한 과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무대책과 강경 기조만을 확인시킨 담화였다”며 “매우 잘못된 상황 인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대변인은 특히 “진정한 평화를 구현하겠다면서도 국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지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막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상시 어떤 대화 채널도,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강경한 말 잔치를 벌이는 것은 전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침공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나온 대통령 담화가 겨우 대국민 사과만 할 뿐 단호한 의지도, 구체적인 대책도 없다”고 비난했다.
강해인·김재민기자 hikang@ekgib.com
연평도 주민들 반응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연평도 포격과 관련, 발표한 담화에 대해 연평도 주민들이 종합대책 수립에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통령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민간인을 향해 군사공격을 하는 것은 전시에도 엄격히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라며 북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연평도 주민들과 관련,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최성일 연평도주민대책위원장은 이날 송영길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옹진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연평도 주민들은 오전 기대를 갖고 대통령 담화를 지켜봤는데, 일단 주민들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는 환영한다”며 “단지 종합대책만 언급했을 뿐 연평도 주민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책수립엔 일단 환영 “주민대책 없다” 격앙
연평도주민대책위원회 백군식씨는 “대통령이 담화에서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위안의 말씀을 했으면 안도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주민은 “대통령은 담화만 발표하지 말고, 연평도 현지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평도 주민 임시숙소로 쓰이고 있는 찜질방에서 만난 주민 박명선씨는 “대통령이 북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담화문 발표에는 환영한다”며 “하지만 북의 도발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아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한편 송영길 시장도 이날 주민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선 일단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대책들이 없는 만큼 하루 속히 주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열·허현범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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