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주민들 피난 행렬… 연평도 유령의 섬으로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면서 연평도가 유령의 섬으로 전락되고 있다.
25일 오후 연평도 거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연평 중앙로 인근 주택 대부분은 유리창이 깨진 채 집안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들이치면서 휑하니 비어 있었다.
거리에 떨어진 주택의 유리 파편들이 당시 폭격의 충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일부 가옥은 폭격의 충격으로 지붕이 날아갔고, 뼈대만 남아 흉물스런 모습이었다. 거리에는 가끔씩 군용트럭들만 지나가고, 경찰이 조를 짜 도보순찰만 하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면 마지막 꽃게잡이철이어서 조업 준비로 한창이어야할 포구도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주민들 대부분이 꽃게나 갯벌에서 조개나 굴 등을 채취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일터를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의 또 다른 도발도 우려되고 한·미 공동해상훈련까지 예정돼 있는 등 이래저래 연평도는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갈 방안도 없으면서 주민들의 절망감은 높아가고 있다.
흉물스런 건물 즐비… 거리엔 군용車·경찰 뿐
꽃게잡이로 분주해야 할 포구도 적막감만 감돌아
불안하고 생계 막막… 주민 80%이상 빠져나가
연평도를 먹여 살리는 꽃게 조업기간은 9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그러나 이번 사태로 다음달부터는 꽃게잡이 어구를 바다에서 자진 철거해야 한다. 주민들은 하루 조업으로 꽃게 150㎏(시가 70만~80만원 상당)을 잡아왔다.
더욱이 꽃게와 함께 부수입으로 효자노릇을 했던 굴도 딸 수 없게 됐다.
연평면사무소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56·옹진군 연평면 중부리)는 “꽃게를 두고 갈 수도 없고, 육지로 나간다면 언제 다시 연평으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약할 수 없다”며 “북한의 무력 도발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섬 곳곳에선 잔 연기가 꺼지지 않고 연평면사무소 창고와 보건지소, 해경 통제소, 파출소, 우체국 등 관공서 건물 5동도 파손돼 주거환경까지 썰렁한 상태다. 임경업 장군 사당이 모셔진 당산을 비롯해 야산들이 산불로 민둥산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탈출행렬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미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해경정과 해군의 공기부양선 등을 이용해 주민 915명이 빠져 나가는 등 이날까지 전체 주민 1천756명 가운데 80%이상이 정든 연평도를 떠났다.
한편, 이날 연평도에는 김태영 국방장관과 모강인 해양경찰청장 등이 방문, 현지 사정을 살펴보고 주민들을 위로했다. 연평도=이창열·박용준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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