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가다] <7> 군포 한얼초등학교
지난 15일 오전 8시30분. 군포시 한얼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18명이 재잘거리며 교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곽혜미 담임 선생은 학교 뒤편에 있는 한얼공원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상쾌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은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가볍게 운동을 했다. 때론 장난을 치면서도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웠다. 20여분이 지났을까.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맞춰 다시 교실로 향했다.
지난 3월 혁신학교로 지정된 한얼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매일 요일별, 학년별로 나눠 아침 산책에 나선다. 자습을 하거나 수업준비로 분주한 여느 학교와는 다른 모습이다.
학교는 아주 고즈넉한 편이다. 학생이라야 194명뿐이고 1학년만 2개반, 나머지는 학년별로 1반씩이다. 교사도 21명으로 학교는 단촐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한얼초는 지난 3월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 받았다. 혁신학교는 25명 이내의 소인수 학급형으로 편성한다. ‘미래형선도학교’, ‘상시평가 선도학교’, ‘초미래형 도서관 운영학교’ 등으로도 지정됐다.
이 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으로 전자 칠판, 전자 도서관, 디지털 도서관을 설치했으며 무선망이 구축된 도서관을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에게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또 각종 시험 결과와 과제, 생활습관, 교우관계 등 모든 자료를 분석해 곧바로 학부모 휴대전화와 가정의 컴퓨터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영중이다.
적은 학생과 가족같은 분위기, 이런 학교를 운영하는데는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개교 당시 2명의 교사만이 근무를 희망했고 나머지 교사는 전보 발령받았다.
전국 첫 가정까지 전달하는 자녀 ‘학습정보 시스템’ 눈길
오감만족 체험학습·맞춤형 특기교육… 사교육 안부러워
김병한 교감은 “개교 당시 많은 교사들이 혁신학교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각종 연수나 늦게까지 이어지는 수업 등으로 무척 힘들어 했다”며 “지금은 혁신학교 목적을 알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2, 3~4, 5~6학년 등 2개 학년을 묶어서 수업하는 ‘학년군 교육과정을 운영중이다. 이럴 경우 2학년 학습 부진아는 1학년 수업의 반복 학습이 가능하고, 1학년 우등생은 2학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또 다소 생경한 의미의 ‘마중물 학습’과 ‘바닷물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마중물(펌프에서 물을 끌어 올릴 때 붓는 물)은 본학습을 위해 이해를 돕는 선행학습, 보조학습을 말하며 일종의 심화학습인 바닷물 학습은 독서, 논술, 수리과목에 적용하고 있다. 학생중심의 맞춤형 수업이다.¶도덕·국어·사회·과학 등 교과통합형 주제학습은 예컨대 생태계 변화 등 어린이 각자가 한가지 주제를 세워 학습과 관계없이 자기주도적으로 꾸준히 연구를 한 뒤 ‘1인 1결과물 발표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
‘오감이 살아있는 창의 체험학습’인 무학년 전일제 수업도 관심거리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수업대신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수업에 참여한다. 목공·요리·종이접기·기악·발레 등 각종 체험학습 등이 그것이다.
이런 수업은 학교 예산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강사를 대체할 수 있는 ‘학부모 셀파제’도 운영중이다.
특히 이 학교는 다양한 맞춤형 수업으로 사교육 참여 학생이 개교 당시보다 절반인 70명으로 줄어들었다. 교사의 땀과 학생들의 진중한 수업참여로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부가가치도 얻고 있다. 80분 수업, 20분 휴식을 하는 블록수업 과정에 ‘생활지도 도우미’ 학부모들이 쉬는시간 어린이들을 세밀하게 보살피고 있다.
이 학교 최선희 교장의 부임은 화제거리다. ‘교장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에서 교장으로 승진, 부임한 것이다. 34년 교육현장을 누빈 그는 교육이념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내걸었다. ‘옛 것을 알고 연구해서 새로운 지식을 찾아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담은 것이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포=이정탁기자 jt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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