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장안신협
이곳에선 갓 뽑아낸 원두커피를 홀짝거리며 서가 가득 들어찬 500여권의 신간 서적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뻥’하는 소리와 함께 막 튀겨져 나온 뻥튀기를 집어먹고 달콤한 냉음료 한잔 뽑아 마실라치면 옛 장터에 온 듯한 착각도 든다. 안마의자에 앉아 피로를 풀고 혈압과 체지방을 재며 건강을 체크한다. TV에서나 보던 공룡 로봇과 강아지 로봇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통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신개념 북카페나 이벤트 장소 얘기가 아니다. 바로 수원 장안신용협동조합의 지점의 풍경이다.
창립 19년 만에 순자산 2천여억 돌파… 경영평가 ‘전국 1위’ 단골
여행·공장견학·놀이공원까지… 다양한 이벤트에 고객 만족도 으뜸
■ 장안신협, 길거리 홍보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난 91년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된 장안신협(이사장 안병대)은 창립 19년을 맞은 현재 2만3천600여명의 조합원과 순수자산 2천550억원을 자랑한다. 올들어 한달 평균 5억여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과 최근 5년간 매년 400~500억원씩 증가하는 자산으로 신협 자산규모 경기도 1위이자 전국 7위, 당기순이익 전국 1위 등 실적 또한 화려하다. 대출금액 2천100여억원 중 부실대출은 1억6천여억원으로 부실여신비율이 0.0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0.01~0.03%에 머물다 오른것으로 연체율이 0.1%를 넘는 일이 없다. 이에 따라 신협중앙회 경영평가 전국 1위를 단골로 차지하고 있다. 송죽본점을 포함한 파장지점, 조원지점 등 세 점포는 모두 오전 8시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특히 조원지점은 매일 오후 7시까지 조합원을 맞는 것으로 유명해 연일 조합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일이 술술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 금융사고로 이사장과 직원이 구속, 잠시 문을 닫기도 했으며 이후 수년간 임금이 동결돼 수당없이 일주일 내내 근무하기도 했다. 홍보비가 없어 500장이 됐건 1천장이 됐건 사무실 프린트로 리플렛을 뽑아 배포했고, 전직원이 동전교환기를 들고 한겨울 거리를 누비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랬던 이곳이 이제 전국 980개 신협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매해 10회이상 방문하는 우수 신협으로 탈바꿈했다. 기적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장안신협의 눈부신 성장, 과연 어떻게 이뤄진 걸까.
■ 新개념 서비스… 작은 차이가 ‘名品신협’ 만든다
지난 2002년 이래 장안신협에서는 ‘fun(재미난)경영’을 모토로 조합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신협 만들기에 전력을 다했다. 잠깐 동안 하다마는 행사가 아닌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오래남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이에 따라 800만원이 넘는 뻥튀기 기계를 비롯, 솜사탕·팝콘 기계를 사들여 색다른 먹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도 않은 날개없는 선풍기, 동물 로봇을 구입해 매장에 전시했다. 조합원과 친구까지 함께하는 정선 레일바이크 여행을 비롯해 맥주·김치 공장견학, 50대 이상의 놀이공원관광 등의 조합원 여행도 뻔한 테마는 금물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생 꽤나 했다. 최근에는 7천만원 이상을 투자해 점포 5층 강당을 음악실로 꾸미고 색소폰 무료 교실을 열었다. 점포내 수백권에 이르는 베스트셀러 무료대여와 기기를 통한 전신안마, 골반교정은 보너스 축에도 못 든다.
이에 따라 매해 장안신협이 책정하는 홍보비는 2억원 이상, 올해에는 3억1천만원이 넘었다. 1억원대의 타신협 홍보비의 두배, 세배에 이른다. 다른 은행보다 ‘조금’ 남다른 것 뿐인데 큰 도움이 될까 싶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fun경영 이후 2001년 적자였던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으며 자산이 매년 십억대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해 2004년에는 100억 이상 증가, 현재 2001년 자산인 140억의 19배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작은 차이가 하나씩 쌓여 큰 결실을 이뤄낸 것이라고 직원들은 입모아 말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장안신협은 지난해 말 조합원을 대상으로 배우고 싶은 강좌를 조사, 재봉틀, 비누공예, 휴대폰 다루기 등을 직원이 직접 배워 강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입사 16년차 이현상 부장은 “강좌를 위해 새로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수월치가 않다”면서도 “자그마한 정성이 지금의 장안신협을 만들어낸 만큼 이번 계획도 꼭 실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 지역에서 지역으로… 相生하는 신협
지난 10년간 장안신협에서 이뤄진 경매는 10건 미만이다. 연체이자가 붙기 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이자이율을 시중은행보다 3~5%p까지 낮추는 등 최대한 경매를 피하기 때문이다.
입사 9년차 황순홍 대리는 “경매 하게 되면 은행은 원금을 보장받지만 조합원은 10원 한장 건지지 못한다. 서민은행으로서 더불어 사는게 목적인데 극단적 방법을 피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신협의 이념 중에는 ‘봉사’가 있다. 실제로 장안신협 27명의 직원은 매달 한번씩 수원시 율천동에 위치한 한 노인요양원에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일광욕을 돕고 발마사지도 하고 있다. 각종 바자회에 참석해 팝콘과 솜사탕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는가 하면 필요한 곳에 기계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모두 관할 지역사회 내에서 이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의 힘으로 성장한 만큼 지역에 다시 베풀겠다는 것.
한창 떠오르는 햇살론은 물론 장안신협의 금리는 전국 최저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합원에게서 얻은 혜택이 조합원을 위한 혜택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현상 부장은 “신협은 어렵고 힘든 조합원에게는 금리를 낮춰 대출한다. 비교적 사정이 넉넉한 조합원의 적립금 덕분이다. 이 조합원의 형편이 나빠지면 이번에는 본인이 저금리로 대출받는다. 보이진 않지만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구조다. 신협 조합원이 되는 것 만으로도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를 보듬는다”며 신협 봉사 예찬론을 펼친다.
한편 장안신협은 주로 40~50대인 조합원의 연령층을 10~20대 까지 넓히기 위해 최근 출시한 체크카드 홍보에 주력, 5천여만원 상당의 경품을 건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전국 최저금리 ‘햇살론’
신용등급 6등급·연소득 2천만원 이하
연8.5% 저금리 최대 5천만원까지 대출
햇살론이 지난 7월26일부터 서민금융회사 본점 및 지점 3천900여 곳에서 일제히 판매에 들어갔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혹은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한 상품으로 금리는 10% 안팎. 대부업체 금리 40%의 절반에 또 절반이다.
생계유지, 창업 등 자금 목적에 따라 최대 5천만원까지 대출한도가 정해진다. 출시 월 기준으로 햇살론 대출금리는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가 10.6%, 저축은행이 13.1% 이내다. 이 중에서도 장안신협은 금리가 최저 8.5%부터 시작해 10%를 넘지 않는 등 전국에서 가장 낮다. 수년간 진행해온 근로자, 무점포자 대상 서민대출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그간의 수익금을 조합원에 대한 혜택으로 최대한 되돌렸기에 가능했던 것.
이에 따라 두달남짓한 기간동안 200여건을 성사, 20여억원을 대출하는 등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인터뷰 안병대 이사장
“햇살론 전국 최저금리 대출 등
인터뷰 안병대 이사장“햇살론 전국 최저금리 대출 등인터뷰 안병대 이사장“햇살론 전국 최저금리 대출 등
지역민에 혜택 주는 금융 자부”
-신협의 장점
‘신토불이’ 금융기관입니다. 우리 지역의 조합원으로부터 출자해 다시 조합원에게 베풀고자 노력합니다. 이익이 발생하면 외국이나 다른 엉뚱한 곳이 아닌 우리 지역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장안신협의 주안점
경기 체감 속도는 서민이 가장 빠릅니다. 장안신협은 어려운 조합원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금리를 최대한 낮추려 노력합니다. 진행된 경매가 거의 없고 햇살론 금리를 전국 최저인 8.5%로 제시한 것이 그 예입니다.
-예비조합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
타은행과 달리 신협을 이용하면 혜택이 고스란히 지역과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장안신협의 경우 늘어난 수익 덕에 햇살론 금리를 최저로 책정해 조합원께 직접적인 혜택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신협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우리’를 돕는 일입니다. 저희 장안신협도 더욱 성장해 지역사회에 보다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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