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다 잃어… 살 길 막막”

형편 어렵고 여윳돈 없어 지원금 100만원으론 집수리 엄두도 못내
경로당으로 잠자리 전전 라면으로 버텨… “정부지원 확대를” 호소

“모든 것을 다 잃고 목숨만 살아나왔는데 지원금 100만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입니까”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채 인근 경로당에서 일주일째 생활하고 있는 A씨(69·구리시 교문동)네 5식구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시와 소방서, 봉사단체 등이 지원에 나서면서 아수라장이 됐던 집의 정리작업은 마무리됐지만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그곳은 예전의 따뜻했던 그 보금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폭우로 인해 인근 개천이 범람하면서 1.5m가량 물이 차올랐던 집에는 가재도구들이 모두 쓸려나가 있었으며 벽지와 장판이 모두 벗겨져 시멘트와 곰팡이 냄새가 섞인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었다.

 

특히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바닥에 설치된 보일러 배관마저 드러나 있는 상황이어서 최소 수백여만원이 수리비용이 들어가야할 판이다.

 

하지만 A씨부부의 수입이 전혀 없는데다 두명의 아들마저 일용직과 옷장사 등으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이어서 수리비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집수리를 하기는 턱없이 부족해 당분간 경로당에서 생활해야할 듯 하다”며 “정부와 봉사단체 등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8일 결혼을 앞두고 신혼의 단꿈에 부풀었던 B씨(29·구리시 교문동)의 상황 역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수마는 예비신부와 한푼두푼 모아 꾸린 신접살림은 물론 삶의 의욕마저 완전히 꺾어버렸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은행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신혼살림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작동을 멈춰버린 냉장고 1대가 고작이다.

 

B씨는 현재 두벌의 옷과 봉사단체에서 지원된 쌀과 라면으로 연명하며 수용시설에서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번 폭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수용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해민은 부천과 구리, 성남 등 도내 24가구에 달하고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턱없이 모자란 정부지원금과 봉사단체 등에서 전달한 쌀과 라면이 고작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봉사단체들이 집수리 봉사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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