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람이 없어요”

성남 인력시장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면서 무더운 공사 현장에서 일하려는 구직자들이 급감, 도내 인력시장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새벽 5시께 직업소개소 10여곳이 밀집해 있는 성남시 태평동의 S직업소개소.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거리를 구하려는 구직자들로 발디딜 틈 없던 이곳에는 이날 불과 10여명의 구직자들만이 의자에 앉아 호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땡볕에 목수·잡부 등 공사현장 일 꺼려 인력수급 차질

“회원들에 전화 걸어 일하러 와라 요청도” 구인난 호소

 

40여개의 사무실 의자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으며 작업복 가방을 놓기 위해 마련된 선반에도 빈 공간이 눈에 띄는 등 한산한 모습이다.

 

결국 10여명의 구직자들은 직업소개소에 나온 지 1시간 만인 새벽 6시께 모두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며 사무실 직원들은 이후에도 계속 걸려오는 구인전화에 ‘인력이 없다’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 태평동 H인력사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력사무소 직원이 남양주지역의 보도블록 교체 작업 자리가 있다고 목청껏 외쳤으나 사무실에 있던 5~6명의 구직자들은 외면했다. 인력사무소는 20여분 동안 인부 3명을 찾았지만 나서는 이가 없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H인력사무소를 찾은 홍모씨(45)는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매일 일할 수 없어 2~3일에 한번 꼴로만 일하고 있다”면서 “또 일을 한다하더라도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현장은 기피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남동 D인력사무소도 건설현장 등에서 요청한 인부 수를 채우지 못한 채 새벽부터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선뜻 일하겠다는 회원들을 찾기란 어려웠다.

 

이밖에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수백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려 호황을 이뤘던 모란시장, 수진고개 일대 인력시장은 더운 날씨로 인해 구직자가 100명 이하로 급감, 인력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S인력소개소 관계자는 “봄이나 겨울에는 새벽 문을 열기 전부터 구직자들이 사무실 앞에 진을 칠 정도였지만 요즘은 땡볕아래 일하기를 기피하는 근로자가 많아 일이 있어도 사람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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