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바닥에 솔벤트 뿌리고 불 붙여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교 선배가 후배 고교생들을 상대로 '불길'을 지나가도록 강요해 중상을 입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이 팔과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어 두차례에 걸쳐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몇차례 더 이식수술을 받아야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시흥경찰서는 27일 이같은 혐의(상해)로 대학생 이모(2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시흥 A고교 선배인 이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30분쯤 후배들의 자동차 전기계통 관련 실습을 돕기 위해 모교인 A고교를 찾았다.
실습실에서 후배들의 실습을 도운 이씨는 오후 11시쯤 이 학교 운동장에 2,3학년 후배 4명을 모이게 한 뒤 운동장 바닥에 기름종이를 깔고 솔벤트를 뿌려 불을 붙인 뒤 후배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 진 사람에게 불길을 지나가도록 강요했다.
이에 가위바위보에서 진 B(18)군은 어쩔 수 없이 불길을 뛰어 건넜으나 생각만큼 불길이 크게 일지 않자 이씨는 솔벤트를 더 뿌려 불길을 더 거세게 만든 뒤 B군에게 다시 건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두번째로 불길을 지나던 B군의 옷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B군은 화염에 휩싸였고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 팔 등 곳곳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자리에 앞께 있던 친동생(17)이 B군의 몸에 붙은 불을 재빨리 끄고 119구급대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후 전문병원으로 옮겨진 B군은 지난 16일과 27일 화상 부위에 두차례에 걸쳐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심해 이식수술을 더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그러나 경찰에서 "기능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도와주려고 갔다가 장난삼아 한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장난삼아 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위험 물질인 솔벤트를 사용해 큰 상해를 입힌 만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