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뛰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양신' 양준혁(41·삼성 라이온즈). 2010시즌이 끝나고 그라운드를 떠나겠다는 은퇴 발표에 프로야구계 전체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라고 왜 아쉬움이 없을까. 양준혁은 27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FM 98.1MHz)와 대담에서 은퇴를 선언한 배경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지난 24일 삼성의 홈그라운드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역전승의 발판이 된 3점홈런을 날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양준혁. 수많은 홈팬들의 함성에 행복을 느꼈던 그가 불과 이틀만에 은퇴를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조금은 갑작스런 은퇴 발표였지만 하루 아침에 내린 결정은 분명 아니다.
양준혁은 "갑자기 은퇴 선언을 하게 됐지만 오래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 경기에 자주 못나가고 덕아웃을 많이 지켰는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게 맞겠다 싶었고 마침 팀 성적도 좋고해서 시기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은퇴 선언의 배경을 밝혔다.
만약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양준혁은 "건강이나 부상 때문에 은퇴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시즌 초반에 조금 좋았다가 중반으로 가면서 슬럼프 기미가 보이긴 했다. 젊은 선수들은 슬럼프가 와도 다음 기회가 있지만 나이많은 선수들에게는 슬럼프가 바로 선수생명과 연관이 된다"며 노장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더 있지만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이다. 아쉽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라고 덧붙였다.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 팬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팬 대다수가 전설의 퇴장을 슬퍼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양준혁은 "나는 팬들에게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많이 행복했고 팬 여러분께 감사하고 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또한 "다른 어떤 선수보다 열정을 갖고 야구를 했다. 팬들에게 부지런하고 성실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준혁은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고 파워 역시 겸비했다. 홈런, 안타, 타점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프로야구 통산 최고기록을 갖고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가 기억하는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던 2002년 한국시리즈다. 양준혁은 "삼성이 창단한 이래 처음으로 우승했던 2002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팀도 처음이고 나도 학창시절부터 해서 처음 우승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출범을 주도했던 때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언급했다.
양준혁은 은퇴를 발표한 전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시즌 말미까지 1군 선수들과 동행하면서 함께 호흡할 예정이다. 선수가 아닌 든든한 선배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맡는다.
양준혁은 "후배들과 타격에 관한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조언을 할 것이다. 우리 팀에 배팅볼 투수가 부족하니 왼손 배팅볼 투수를 하면서 후배들을 도와주겠다. 그동안 늘 선수로 뛰었는데 이제는 멀리서 야구를 보며 느끼고자 한다"며 "앞으로 지도자로 나설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 많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준혁은 모든 프로야구 팬들의 관심사인 결혼에 대한 질문에 "은퇴하기 전에 하고 싶었는데 먼저 은퇴부터 해야겠다"고 웃으며 "대화가 잘 통하고 밝은 여자 분이면 좋겠다"고 이상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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