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장병 가족들, 정신적 · 육체적 고통 '심각'
"먹지도, 자지도 못해요. 이러다가 영결식도 치르기 전에 어머님이 먼저 쓰러지실까 걱정이예요."
46인의 천안함 희생장병들에 대한 장례일정이 나흘째에 접어들면서 유가족들이 느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6인의 산화장병들의 '유품화장'을 비롯해 '천안함 46용사'의 화장까지 모두 마무리되면서 가족들이 느끼는 허망함과 가족을 잃은 슬픔은 더욱 더 배가되고 있다.
현재 유가족들은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내 대표 분향소에 모여 침통함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는 조문객을 맞고 있다.
분향소가 차려진 25일 오후 2시부터 28일 오후 2시까지 대표 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이 2만959명으로, 유가족들은 24시간 분향소에서 하루 평균 5,200여명의 조문객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장례식 이전부터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쳤던 유가족들이 하루종일 많은 조문객들을 맞고, 울다 지쳐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등의 일이 반복되면서 건강도 악화되고 있다.
실제 2함대 내 가족 숙소 근처에 6~8명의 의료진이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경기이동진료센터에는 매일같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20~30명의 유가족들이 찾아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이동진료팀 신은희 팀장은 "많은 가족들이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등으로 두통을 호소하고 있고, 심한 일교차로 인한 몸살감기를 앓고 있다"며 "특히 며칠 전부터는 계속 끼니를 거르다 갑자기 식사를 한 가족들이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가족들은 무려 570여명에 달한다.
신선준 상사의 삼촌은 "사고가 발생한 시각부터 시신을 찾는 기간까지 마음 편히 밥 한번 먹어본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어머니가 제일 걱정이다. 지금은 악으로 버티고 있지만 장례가 끝나면 쓰러지실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박보람 중사의 할머니도 "다른 가족들보다 애(박보람 중사) 엄마가 걱정"이라며 "옆에서 볼 때 어떤 정신으로 살아있는지 모를 정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많은 가족들이 건강에 이상증상을 호소하면서 분향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분향소 안을 가득 채웠던 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소리는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분향소를 가득 메웠던 가족들도 이제는 숙소 등에서 안정을 취하느라 적지 않게 자리를 비워 1/3 정도가 빈 의자로 남겨져있다.
나현민 상병의 가족들을 대신해 분향소를 지킨 나 상병 어머니 친구는 "상황이 말이 아니다. 밥은커녕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더라"며 "사고부터 장례 이전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 가족들이 느낀 고통도 더 컸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남겨진 가족들이 빨리 기운을 차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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