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사교육비 절감 정책 효과는?
MB정부의 핵심 정책중 하나인 사교육비 절감 정책이 과연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09년도 사교육비 조사 결과’의 성과여부를 둘러싸고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교과부는 이 자료를 공개하면서 전년도보다 전체 사교육비 증가를 인정하면서도 그 증가율이 둔화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비롯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 학원수요의 감소세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더불어 학교별 방과후 학교 참여 향상 및 EBS 교재 구입 증가 등을 두고 사교육비 절감정책의 긍정적 조짐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생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비 증가율은 2008년도 보다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학원수요가 줄어든 대신, 개인 및 그룹과외 등이 크게 늘어난 점을 두고 풍선효과란 지적이 만만치 않아 정책 효과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초·중·고 1천12개 학교 약 4만4천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2009년도 사교육비 및 참여율 실태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21조6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총액은 늘었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3.4%로 1%포인트 가까이 줄어 든 셈이다. 사교육 참여율(75%)도 전년(75.1%)보다 근소하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4명중 3명꼴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7.4시간으로 전년(7.6시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2천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경기도가 26만9천원으로 서울 33만1천원에 이어 전국 16개 시도중 두번째 수준이다. 인천시는 22만1천원으로 6위 수준으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또 사교육 참여율은 도가 77.4%로 서울 79.6%에 이어 높았고 인천시는 73.9%로 나타났다. 평균치는 75.0%였다.
따라서 도의 경우 월평균 사교육비와 참여율이 각각 평균치를 훨씬 웃돌면서 최상위권 수준이나 인천시는 평균에 못 미친 중하위권 수준으로 분류됐다.
각각 초·중·고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경기지역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교 27만8천원, 중학교 29만3천만원, 고교 22만5천원(일반고 28만1천원)이었고 참여율은 초교 89.2%, 중학교 76.4%, 고교 55.8%(일반고 65.8%)였다.
이런 가운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4만2천원을 기준했을 때 참여 유형별로는 학원수강 지출이 12만2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개인과외 3만3천원, 그룹과외 2만1천원, 방문학습지 1만7천원, 인터넷 및 통신 3천원 순이다.
과목별 월 평균 사교육비는 영어(8만원), 수학(6만7천원), 국어(2만2천원), 사회·과학(1만6천원) 등 순이었는데 이 중 수학이 전년보다 8.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월 평균 50만원 이상 지출학생은 11.8%인 반면, 10만원 미만 지출학생은 9.7%에 그쳤고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상위권일수록 각각 사교육에 있어 적극적인 양상이다.
가구별 소득수준으로는 월평군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은 51만4천원을 지출한 반면 100만원 미만 계층은 6만1천원에 그쳤고 맞벌이 가구보다 아버지만 소득이 있는 가구의 학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밖에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61.3%로 2008년 45.1%보다 6.2% 증가했고 학교별로는 일반고 참여율이 80.1%로 가장 높았으며 EBS 교재 구입비율은 17.2%로 전년보다 1.2%p 상승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불법 학원운영 단속, 학원 교습시간 제한, 사교육없는 학교 운영 등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시행한 대책들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아직도 미지수
교과부는 이번 조사를 근거로 사교육비 절감정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각계 의견은 분분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학생 전체 1인당 사교육비는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데도 불구, 증가세가 주춤했다는 점만으로도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있어 평가를 단언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초등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이 둔화한 대신 중·고교는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고, 학원수강이 줄어든 대신 개인과외가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 결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초교(24만5천원)의 경우 2008년 6.6%에서 지난해 1.2%로 증가폭이 줄었으나 중학생(26만원)은 3.0%에서 7.9%, 고등학생(21만7천원, 일반고 26만9천원)은 4.6%에서 5.3%로 각각 늘었다.
또 주요 사교육 대상인 학원수강의 경우, 지난해 0.8% 줄었으나 개인과 그룹과외는 각각 13.8%, 16.7% 증가했다.
결국 학원수요가 과외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암암리 행해지고 있는 불법 과외까지 감안할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차지할 것이란 것이 학원가 지적이다.
반면 사교육 대체 수단인 방과후학교와 EBS 강의는 다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2008년 45.1%에서 지난해 51.3%로 높아졌고, 특히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연간 53만원 적게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EBS 방송을 시청하면 중학교에서는 연간 약 14만원, 고교는 19만5천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양 A학원 관계자는 “이번 지표를 가지고 사교육비 절감을 운운하기에 앞서 학원에서 과외로 흘러가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폭 증가한 과외에다 아파트 등 비밀 장소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불법과외 등 교습행태를 감안할 경우, 평가를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수기자 ds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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