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考試 열풍①]아이돌 고시:노래, 춤은 옛말···연기, 외국어까지 갖춰야
요즘 연예계는 아이돌이 주름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을 다 외우기도 버거운 틴에이지 그룹들이 등장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등장한 아이돌 그룹만 세어 봐도 20팀이 훌쩍 넘는다. 과거에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던 연예계에 대한 선망이 최근에는 10대들 사이에 어엿한 장래 희망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타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엄청난 경쟁을 통해 오디션에서 선발돼도 장기간의 연습생을 거쳐야 하고, 힘들게 데뷔를 한다 해도 인기를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고시(考試)’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이돌 고시’의 현상과 원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가수 지망생 김병민(19) 군은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몸을 풀고 발성 연습을 한다. 방학이라 늦잠을 잘 수도 있지만 늦게 일어날수록 목에 피로감이 쌓이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이어 12시쯤 학원으로 노래 연습을 하러 간다. 1시간 반 정도 레슨을 받고 그 뒤로는 쭉 개인 연습이다. 보통은 밤 11시, 연습량이 적은 날은 8시쯤 끝난다. 김 군은 하루를 꼬박 노래에 쏟아 붓지만 이걸로는 충분치 않아 악기도 배우고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도 한다.
송기상(18) 군의 생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1년 넘게 학원에서 댄스 강습을 받으며 대부분 시간을 춤 연습에 몰두했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모여 연습을 하고 서로의 모습을 봐준다. 하지만 아직 오디션을 볼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 자신이 잘 안다. 그래서 송 군은 앞으로는 노래와 연기도 배울 생각이다.
아이돌 고시 열풍이 거세다. 주변에서 스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게 됐다.
사법, 행정, 외무고시 같은 국가고시는 5급 국가 공무원이 되는 것으로 보상을 받지만 아이돌 고시의 끝은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는 것이다.
그 경쟁률만 평균 800:1 정도 된다고 한다.
바늘구멍을 뚫는다고 해서 곧바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에서 다시 진정한 스타로 부화되기까지는 또 다른 도전과 행운이 필요하다.
영화 '왕의 남자'로 일약 '나비'로 비상하기까지 50번의 오디션을 거쳤다는 배우 이준기의 과거는 그나마 약과다.
'번데기'가 되기 위한 경쟁은 실로 치열하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더 전문적인 강습을 받아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춤과 노래만 하면 준비가 끝났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운동, 악기, 외국어 등 남들은 갖추지 못한 비장의 필살기도 하나씩 구비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전문 교육을 하는 사교육까지 번성하고 있다.
보컬 학원, 댄스 학원, 실용음악 학원, 연기학원 등 전문 교육기관에 10대들이 모여들고 있다. 아이돌 고시를 패스하기 위해 사교육은 이제 필수가 됐다.
가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지훈(가명,17) 군은 얼마 전 주변의 권유로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김 군은 “주변에서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하더라. 학원에서 방송 안무를 배워야 쉽게 (오디션에 합격) 할 수 있다고 해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청소년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춤을 춰온 함지윤(16) 양 역시 따로 시간을 내 전문 댄스스쿨에서 강습을 받고 있다.
함 양은 “집에서 학원까지 왕복 세 시간이나 걸리지만 유명한 학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욕심에 학원에 간다”고 털어놨다. 주 3일 강습을 받는 함 양은 하루 10시간 정도를 학원에서 보낸다.
김솔(17) 양은 “혼자 하면 (춤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데 학원에서는 일일이 지적해줘서 좋다. 또 학원에서는 기본기도 배울 수 있고 안무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가수 지망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 신촌의 W댄스스쿨을 방문해 봤다. 이곳에는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는 청소년들만 100여 명이 등록돼 있었다. 여기에 취미반과 입시반까지 합치면 수강생의 수는 더 늘어난다.
수강료가 눈길을 끌었다. 다른 댄스스쿨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취미반이 8~10만원, 전문반은 18~20만원 선이다. 기획사와 연계해서 진행되는 대규모 학원의 가격은 더 비싸고 개인 교습의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다.
보컬의 경우 소규모 학원이 20만원선. 수업은 주 1회 1시간이다. 가수 지망생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K음악학원의 경우 보컬수업에 작곡과 피아노 수업까지 곁들여 패키지 수업을 제공한다. 이 수업의 가격은 58만원이다.
W댄스스쿨의 걸스팝 전문 강사 김새롬(24) 씨는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꾸준히 연습을 해야 오디션을 볼만한 능력이 된다”며 “기초과정을 거치는 데만 2~3개월이 걸리고 초·중급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기술적인 테크닉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가수를 지망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지만 그중 중학생이 가장 많다.
W댄스스쿨의 천성욱 팀장은 “예전에는 학원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고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가수에 대한 꿈이 정말 확실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찾아와서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스타가 되는 거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중고등학생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인터넷을 통해 학원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려져서 쉽게 찾아보고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스타 지망생들이 중고등학생층으로 고착화된 것은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돌 스타가 몰린 시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 팀장은 “이전에는 수강생의 규모도 작고 가수에 대한 꿈과 목표가 정말 확실한 사람들 위주였는데 지금은 청소년들이 누구나 관심이 있으면 너무도 쉽게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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