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 현장 가보니

[아이돌 考試 열풍②] 30초에 1명씩, 하루 1800명 테스트

요즘 연예계는 아이돌이 주름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을 다 외우기도 버거운 틴에이지 그룹들이 등장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등장한 아이돌 그룹만 세어 봐도 20팀이 훌쩍 넘는다. 과거에는 동경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던 연예계에 대한 선망이 최근에는 10대들 사이에 어엿한 장래 희망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타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 엄청난 경쟁을 통해 오디션에서 선발돼도 장기간의 연습생을 거쳐야 하고, 힘들게 데뷔를 한다 해도 인기를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고시(考試)’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이돌 고시’의 현상과 원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대기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데 정말 가슴이 떨리고 미치는 줄 알았어요.”

 

지난 29일 오전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치러진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공개채용 오디션을 마치고 나온 황민우(15)군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순간의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함께 오디션을 치른 경쟁자들과 자웅을 겨룬 랩을 서슴없이 재현하며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이날부터 3일간 진행된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공개채용 오디션에는 서울·경기 지역 예선에만 5,0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전국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합쳐 3만 명을 넘었고 JYP오디션관련 인터넷 클럽에는 하루 평균 200개 이상의 오디션 지원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날 역시 오디션 행사장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예비 아이돌 스타들이 모여들었다.

 

오디션 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역에서부터 쇼윈도를 거울삼아 표정 연기를 하거나 춤 연습을 하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추운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 모인 아이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30초 정도의 시간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현장 접수를 제외하고 하루에 오디션을 본 지원자의 수는 1,800여 명. 10명씩 1개 조가 되어 오디션 장에 들어갔고 조당 많아야 5분 정도의 시간만이 주어졌다.

 

물론 끼가 있는 지원자가 들어 있는 팀은 이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오디션은 1시간당 150명씩,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흘린 쌀 알갱이를 쓸어 담듯 착착 진행됐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터라 취재진은 할 수 없이 오디션을 마치고 나온 10대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자신은 10초에서 끊겼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던 최진희(15)양은 “(심사의원들이) 듣다가 그냥 팍팍 끊어요. 안에 분위기 정말 살벌해요”라며 아직 긴장감을 떨치지 못했다.

 

최 양과 같이 오디션을 보고 나왔다는 최 양의 친구 역시 자신의 모습을 더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응시자들이 준비한 장기는 힙합, 섹시, 청순 등 스타일도 제각각였다.

 

이날 지원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고등학생 중 또래에 비해 ‘성숙한’ 모습으로 눈에 띄는 아이들도 있었다.

 

화장한 얼굴과 늘씬 한 몸매 때문에 15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숙함이 묻어나는 이은주 양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이 준비한 댄스를 ‘섹시하게’ 선보여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던 경쟁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양은 “저녁때 학원에 가서 또 연습을 할 생각”이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아이들을 따라 현장을 찾은 부모도 눈에 띄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고 오디션장을 찾아가던 어머니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던 아들을 대신해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좋아해서 테스트받으러 왔다”고만 할 뿐 한사코 인터뷰를 피했다.

 

이날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오디션이 치러졌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생 기획사의 경우도 지원자의 경쟁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 설립된 A기획사의 경우 이 날도 150: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해당 회사 소속의 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4인조 여성 그룹과 5인조 남성 그룹 멤버를 선발한다는 이야기에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을 양성하는 기획사는 수도권에만 약 500여 개, 전국적으로 1,000여개가 넘는다. 수많은 청소년이 연습생이 되기 위해 주말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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