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중앙공원에 명물이 들어섰다. 공원을 산책하며 잠시 쉬어 갈 수 있고, 작품의 형태나 다양한 재질을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
한국조각가협회 과천지부(지부장 오원영)가 기획한 제2회 과천국제조각심포지엄이다. 작가들이 자연친화적이면서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아트 퍼니쳐’ 개념의 작품 10여점을 선보인 것.
기존 조각품이 권위적이고 잘 이해할 수 없는 형태를 지녔다면, 이번 조각심포지엄은 벤치처럼 앉을 수도 있고 올라 탈 수도 있는 기능성을 포함한다. 물론 작품성은 기본이다.
물을 소재로 작업하는 추인엽은 소용돌이 치는 형태의 물을 표현한 ‘순환계-흐르는 강’을 출품했다. 우주와 에너지의 원천인 물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돌에 물결무늬를 조각했으며 공원 인근 양재천에 작품을 설치했다.
오원영은 청계천에 벌거벗은 남매상을 설치해 관심을 모았던 작가다. 추운 겨울 작품을 본 시민들이 자신의 옷가지를 조각품에 걸쳐줘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이번 작품도 남매상 시리즈다. 꽃 의자를 배경으로 천진난만한 남매가 앉아 있다. 작품은 해맑은 미소로 동심을 자극하며 삭막한 세상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또 도장을 회화작업으로 연계시킨 이관우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직접 전각한 도장이 수북히 각인된 도장길이 펼쳐진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작품은 높낮이를 달리해 다양한 연령층이 앉아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상준은 판타지아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명이자 가상 곤충인 ‘TOMMY INSECT’는 하나의 눈과 3개의 다리를 지녔으며, 맑은 냇가에서만 산다. 특히 가운데 눈은 태양전지로서 낮에 에너지를 모으고 밤이면 빛을 발하며 꿈과 희망을 전한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이국적인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러시아 작가 무킴죤(Mukimdjon)은 매듭이 견고하고 화려한 전통 장식을 걸친 한 말을 선보였다. 말은 찬란한 새벽을 깨우는 의미로 도약과 역동적인 출발을 상징한다.
싱가폴에서 온 제레미(Jeremy)는 왐포아 강에 산다는 백색악어를 등장시켰다. 앙증맞은 날개를 단 이 흰색 악어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이들 작품과 함께 시민작품도 눈길을 끈다. 시민들은 ‘과천의 100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네모난 타일에 부조형태의 그림을 그렸다. 작가들의 지도아래 어린이들의 희망과 가족애 등이 담긴 작품은 중앙공원 바닥에 과천지도 형태로 구성시켜 영구 보존된다.
오원영 지부장은 “중앙공원을 문화와 예술이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며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조각공원을 과천 곳곳에 조성해 지역의 명소로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2시 중앙공원에서 열린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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