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인협회 55人 작품전
화창한 가을 햇살과 산들 바람에 몸을 맡긴 호수 위에는 한 마리 오리가 한가로이 떠다닌다. 가을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길 옆에는 액자 속에 담긴 시와 자연풍경이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경기시인협회(회장 임병호) 회원들과 사진작가 이규봉씨가 마련한 ‘2009 가을 詩와 사진전’이 지난 19일부터 수원 만석공원 호반에서 시민들을 시와 사진이 있는 가을로 초대한다.
‘두 눈 다 감은 듯/ 캄캄했다/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사람처럼/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날/ (중략)/ 저 달빛들 모여/ 길을 만들고/ 죽어서도 아름다운 별의 무덤처럼/ 눈 시리도록 푸르른/ 메밀꽃 무리지어 눈꽃 피우다’(최자영 ‘메밀꽃 피다’)
밭에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 활짝 핀 메밀꽃이 글자 하나하나를 밝게 비추고 있다. 또한 가을은 ‘고독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 시들이 전시돼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금세 보고 싶다/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마냥 좋은 사람/ 나무처럼 싱그럽다, 꽃처럼 향기롭다/ 전생의 인연인가 이생의 아픔인가/ 날마다 밤마다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지현숙 ‘그리움’)
이밖에도 임하정 시인의 ‘가을’, 송유나 시인의 ‘망초꽃 어머니’, 임애월 시인의 ‘만석공원에서’ 등 55명의 협회 회원들이 작품을 출품했다.
임병호 회장은 “시는 소중한 삶의 노래이며, 자연의 신비에 대한 찬미”라며 “사진 또한 영혼을 담아내는 예술로 이 가을, 아름다운 만석호반에서 펼쳐진 시와 사진의 향연이 시민들의 가슴에 청량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윤철원기자 ycw@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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