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을 맞아 전시장마다 개인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 김소영과 꾸준한 사생을 거쳐 캔버스에 풍경을 옮긴 서양화가 박봉순, 동화적이면서 우화적인 먹그림이 인상적인 김문태의 작품을 소개한다.
◇수면 아래, 숲
김소영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계의 생물체를 연상케 한다. 마치 파스텔 톤의 아이스크림이 녹아 내릴 것 같은 마시멜로우 빛깔에 정체불명의 형태들이 화면을 매운다.
얼굴만 덩그러니 있는 개구리, 사람의 눈을 된 집을 이고 있는 달팽이, 물고리 꼬리를 코에 얹은 코뿔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동물은 사람의 눈을 지녔다. 내장이나 동맥 등 신체 내부의 장기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부드러운 색감과는 대조적이다.
허나영씨는 ‘물 위에서 꿈꾸다’라는 글에서 “왜곡된 이미지가 담긴 화폭은 다시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며 “그림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했다. 30일까지. 씨드갤러리. 문의 (031)247-3317
◇박봉순 개인전
캠퍼스와 화구통을 들고 새싹이 움트는 논과 들판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고 그 체험을 살려 색을 칠한다. 박봉순은 그렇게 자연과 대화한다. 의왕 오메기에서는 벗꽃과 마주쳤다. 봄기운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산과 들판에 핀 꽃과 나무가 담기고 그 사이 집 한채가 정겹게 담긴다.
선운사 계곡의 맑은 물과 바위, 정선의 소금강에서는 짙은 녹음을 마주하고, 정읍가는 길에서 꽁꽁 언 물길과 마주쳤다.
전시장에서는 인물화도 선보인다. 어린 소녀가 인형을 안고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온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다. 21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문의 (031)228-3647
◇햇볕은 쨍쨍
30여년간 교단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호흡했던 멍석 김문태(수원 탑동초등학교 교사). 그 느낌을 살린 서예작품은 물고기와 곤충, 나무, 꽃 등으로 변신한다. 그의 작품은 현대서예 혹은 동심 문인화로 불린다. 한글서예가 회화작품으로 변신한다. 여기다 작품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 작품 ‘멋진놈’에서 ‘멋’자의 ‘ㅁ’은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 모습이며, 작품 ‘바보’는 글자를 서로 겹쳐서 사람 얼굴로 만들었다.
작품을 보는 재미는 물론 작가의 꾸밈 없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작가는 지난 6월 한달간 프랑스 클레르 몽페랑시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8일까지. 군포문화예술회관 전시장. 문의 (031)392-4511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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