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에 담은 ‘삶=예술’

“빈 액자보다는 그림이 담긴 액자를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림을 그려 봤어요”

손연옥씨(54)가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다. 수원 지동시장 입구에서 남편과 함께 20여년간 동진액자를 운영하는 그가 수북히 쌓인 액자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교적 넓은 작업장에는 여러 종류의 액자가 수북히 쌓여 있고, 벽에는 그림들이 빽빽히 걸려 있다.

“어릴때부터 뜨개질이나 손으로 하는 것을 곧 잘 했어요.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그림 그리기는 엄두도 못냈죠”

그는 액자집을 운영하는 동안 개인시간을 갖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부터 가게 지하 1층 작업장에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손님들의 사진 작품을 보고 그리거나 근교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어요. 가게를 비어 놓고 갈 수 없어서 일이 없을 때 짜투리 시간을 활용했죠”

그는 2년도 되지 않은 습작을 거쳐 첫 개인전을 연다. 수원 세류동에 위치한 치매미술치료협회(회장 신현옥) 사무실이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오픈한 ‘사랑나눔 갤러리’에서 개관 초대전을 제의받았다. 10여년 동안 동진액자와 거래를 한 신현옥 회장의 제의로 초대전이 성사됐다.

으레 갤러리 개관전은 거창하다. 유명 미술작가의 작품 등 나름의 의미를 담아 개관전을 여는 것이 다반사다.

신 회장은 “우리 이웃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냐”며 “유명 인사보다는 삶에 충실한 사람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배우지 않았다. 액자를 해주고 남은 짜투리 판넬이나 스티로폼에 천을 씌워 직접 캔버스를 만들었다. 그림에 캔버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크기에 맞춰 그렸고, 자유분방한 아크릴 그림을 그렸다.

주제도 다양하다. 꽃과 바다, 호랑이, 풍경 등 그의 눈길에 담긴 소재는 모두 그림이 됐다.

“오랫 동안 액자집을 운영하면서 색감은 조금 알 것 같아요. 일단 하면 끈기는 있는 편이죠.”

시행착오 없는 작품이 있을까. 처음에는 흰색의 건축재료인 핸디코드를 사용해 두터운 질감을 표현했고, 포장지 문양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가장 욕심낸 부분은 ‘바다’다. “바다 시리즈를 그리고 싶었어요. 잘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칠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그렸어요. 보통 사람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죠. 다만 시작을 안하는 것이 문제죠”

원색의 강렬하면서도 꾸밈 없는 그의 작품 20여점은 오는 23일까지 사랑나눔 갤러리에 전시된다. 문의 (031)236-1533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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