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배’ ‘맑은샘 쌈채소’
도심속에서 피어나는 초록은 눈이 시릴만큼 더 푸르고 더 짙은 향기를 낸다. 인천시 남동구의 아파트촌을 잠시 벗어나면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한 과수원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고 과수원 안에는 햇배가 하얀 종이에 곱게 싸여 수줍게 나무에 매달린 채 올해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옆 비닐하우스 안에는 싱그러운 채소들이 손을 내밀어 반갑게 인사한다. 인천시 남동구의 대표적인 친환경 농산물 ‘남동배’와 ‘맑은샘 쌈채소’가 그 주인공이다. 두 브랜드 모두 올해 인천시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인 ‘FLY’ 마크를 획득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등 명품 농산물로 거듭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젊은 비상을 꿈꾸는 ‘남동배’
‘남동배’는 크기도 작고 모양도 고르지 않은데다 단맛이 덜해 인천지역 도매시장에서 경매사들이 고개를 저을 정도로 비인기 브랜드였다.
그러나 지난 1993년부터 박준상 농업지도사를 중심으로 ‘남동배 연구회’를 꾸리고 힘을 합쳐 품종을 개량하면서 지금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정지·전정 방법과 인공수분 방법을 바꿔 맛과 모양을 개선하고 인천지역 최초로 과일 저온저장고를 마련해 홍수출하를 막는 등 부가가치도 높였다.
금촌추, 이십세기, 장십랑 등의 소득이 낮은 품종을 신고배, 원황배, 만풍배 등 추석선물용으로 판매되는 우수 품종으로 고접갱신해 인천 배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남동배 연구회는 지난 2003년 인천 최초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최우수 연구회로 선정돼 4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으며 지난 2006년부터는 농촌진흥청의 ‘탑 프루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3년동안 3억7천100만원의 시비를 지원받아 기술, 유통, 판매분야로 연구영역을 확대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배의 맛을 크게 향상시키고 모양도 둥글둥글하고 매끈하게 바꿨으며 포장박스도 예쁘게 디자인하고 미려도 향상, 안전성 확보 등에 노력했다.
그 결과 ‘탑 프루트 프로젝트’ 전국 품질평가에서 2년간 배 분야 우수단지상 2회, 개인상 2회 등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으며 우수농가 7명은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천시장상을 받는 등 그 맛과 품질을 널리 인정받았다.
지금은 도매시장에 내놓을 물건이 없을 정도로 선주문이 쏟아지는 등 농가마다 연간 4천만~8천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탑 프루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명품배’로 거듭나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3개로 나눠져 있는 작목반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중이다.
◇천적으로 해충잡는 친환경 쌈채소 ‘맑은샘’
‘맑은샘 쌈채소류’는 인천지역 13개 농가가 모여 있는 맑은샘유기농영농조합이 농약을 뿌리지 않고,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잡는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낸 유기농 웰빙 쌈채소다.
맑은샘유기농영농조합은 지난 2002년 남동구의 9개 농가와 함께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연구하는 전국의 영농조합과 대학들을 찾아 다니며 자문을 구하고 직접 연구도 하면서 노력한 끝에 친환경 농산물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지난해는 계양구의 2개 농가도 참여하기 시작하는 등 친환경의 최고 단계라 할 수 있는 유기농 쌈채소를 생산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현재 남동하나로마트, 남인천하나로마트는 물론 전국의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30일 519.78㎡ 규모의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짓고 선별장과 저온저장고, 세척포장실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춰 전국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맑은샘유기농영농조합은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달에 2번씩 회의를 갖고 있으며 포장을 벗기면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Fresh cut’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가공라인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유기농 웰빙 ‘맑은샘 쌈채소류’는 남동농협 등과 연계해 직거래 유통시스템을 마련,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kmk@kgib.co.kr
박준상 인천시농업기술센터 원예축산팀장
박준상 인천시농업기술센터 원예축산팀장은 남동배를 지금과 같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농업지도자다. 지난 1993년 부임한 뒤 15년여 동안 남동배 작목반 농가와 한마음 한뜻으로 명품배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동배 작목반’ 농가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더 나은 배를 만들기 위한 힘겨운 과정을 함께 했을텐데.
▲1993년 처음 인천으로 발령받았을 때만 해도 ‘니가 배에 대해 뭘 알겠냐’며 농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었다. 조금만 바꾸면 더 맛있는 배를 키울 수 있다고, 3년만 믿고 따라와 달라고 매일 찾아가 설득하고 또 설득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1만여㎡ 과수원에서 1년에 500만원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하던 농가들도 지금은 6천만~7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최고 품질의 배를 생산하게 됐을 때는 함께 덩실덩실 춤추기도 했다.
-내년부터 명품배 육성계획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지난 15년 동안 배나무의 접지, 전정을 바꾸고 저온저장고를 설치하고, 방조망을 만들어 지금 수준에 이를 수 있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만으로 5t 가량 수출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수출하기 위해서는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선별장에서 제품을 골라야 하는데 타 지역 선별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바로 작업이 가능하도록 1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수출선별장을 지을 계획이다.
또 더 좋은 맛과 모양을 갖도록 품종을 개량해 더 많은 국가로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
-앞만 보고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주변의 도움이 매우 컸다. 작목반 농가뿐만 아니라 남동농협, 농협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금전적, 행정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국에 내놔도 지지않을 ‘남동배’를 만들겠다는 꿈이 여기까지 지치지 않고 올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남동배’ 농가와 함께 최고의 배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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