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공동브랜드 ‘이우지애’
배는 삼한시대부터 우리민족이 즐겨먹던 과일 중 하나로, 가래와 기침을 진정시키는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소화를 돕고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구리시 묵동리 일대에서 재배되던 청실배는 석세포가 적으면서 당도가 높고 육질도 뛰어나 구한말까지 왕실에 진상됐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1920년대에 들어 일본인들이 중랑천변인 이곳에 장십랑과 만삼길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청실배는 점점 사라지고 현재는 구리와 남양주의 배 재배농가 대부분이 신고배(일본산 개량품종)를 재배하고 있다. 중랑천변에 위치해 토심이 깊고 배수가 용이해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이곳의 배가 일제시대를 거치며 유명해지면서 묵동의 순우리말인 먹골배로 불린 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고급화 전략으로 제2의 전성기 도전
10~20년 전 까지만 해도 구리시에서는 5분만 걸어도 배나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배, 포도 등 과수재배 농가가 많았다.
그랬던 과수농가들이 서울과 인접한 구리시의 급격한 발전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면서 이제는 갈매동 등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지역에서만 배나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줄어 들었다.
이렇게 과수농가는 줄었지만, 구리 먹골배의 유통망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출하량의 80%가량은 중간도매상 등을 통해 유통되고, 나머지는 농협과 도매시장 등을 통해 소비된다.
이미 다른 지역의 과수농가들은 명품화·고급화 전략으로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에 진출했지만, 유독 구리 먹골배만 아직도 유통경로의 다양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수확한 과실 중 상급품을 별도의 고급 판매망을 통해 유통시키는 방안을 몇몇 농가들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다. 작목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통 고급화 전략은 크기와 품질이 우수한 상등급 과실을 별도의 유통경로에서 소비함으로써 부가적인 소득을 올리고, 이를 통해 구리시 먹골배를 타 지역에 홍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여기에 구리시의 친환경 통합 브랜드인 이우지애(이웃의 옛 우리말인 이우지와 사랑을 뜻하는 愛를 결합시킨 단어)를 사용한 신뢰도 향상, 시민과 생산자가 함께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캠페인 등 구리시 먹골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친환경 인증을 통한 시설채소의 고급화
구리시 일대에서 재배되는 시설채소는 오이와 토마토, 대파, 상추, 부추 등으로 일부 계약재배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통업체나 시장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런 안정된 판매망이 있었기에 그동안 시설채소 농가들은 친환경 인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친환경 인증이 어느새 상품의 기본 요건에 가까워지는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구리시 시설채소 농가들도 친환경 채소 재배를 통한 농가 소득 증대에 발벗고 나섰다.
구리시시설채소작목회는 15개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친환경 인증을 위한 유기농 비료 사용 및 무농약 재배 기술 전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기농·무농약 재배다 정착되면 현재 시장과 유통업체에 국한된 유통경로를 대형할인점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미 가락시장 등지에서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백교 부추는 재배면적이 30㏊에 미치지 못해 구리시 특산물로 지정되지는 못했으나. 인지도와 판로망이 최근 크게 개선돼 구리시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공동 브랜드 이우지愛(e-woody love)
2006년 산업자원부의 지역혁신특성화시범사업으로 선정·추진된 이우지애는 친환경 공동브랜드를 지역의 우수상품에 적용해 시와 생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브랜드 사업으로, 경기동부상공회의소와 구리시가 상표권을 공동소유 하고 있다.
구리시 먹골배와 백교 부추 등 먹거리를 비롯해 각종 전통 옷칠공예품, 우수중소기업제품 등 특산품과 관광상품, 유통분야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구리시는 친환경 브랜드인 이우지애를 구리시 먹골배의 명품화 사업에 집중 사용함으로써 먹골배의 대외 인지도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관내 우수 농·특산물 생산업체에게는 이우지애의 상표사용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등 공동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구리=이호진기자 hjlee@kgib.co.kr
<인터뷰> 추인성 먹골배작목회 회장 인터뷰>
-먹골배의 재배면적은 줄고 있는데.
▲농민들이 많이 지친 상태다. 먹골배라는 브랜드의 배가 구리와 남양주, 서울 신내동에 걸쳐 재배되고 있어 다른 시와의 경쟁심도 적은 편이고, 일부 농민은 어차피 개발되면 수용될 땅에 배를 재배해야봐 헛 일이라는 생각까지 하는듯 하다.
-먹골배의 경쟁력은.
▲구리시에서 생산하는 먹골배는 당도나 육질면에서 매우 우수한 품질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생산된 먹골배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먹골배 재배에 어려움은 없는가.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부족으로 구리 먹골배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구리 먹골배 생산농가의 대부분이 그동안 거래해오던 시장상인이나 유통망과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먹골배의 이미지 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선별단계에서 상등급품은 별도의 통합브랜드로 출하해 고급화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구리시의 통합 브랜드 이우지애와 먹골배를 접목시켜 고급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구리시가 추진중인 ‘우리고장 배나무 한그루 갖기 캠페인’ 등 안정적인 소득 보장 방안을 연구해 농민들이 품질 개선과 시설확충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친환경 교육을 확대해 웰빙시대에 적합한 먹골배 재배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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