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요? 야구장만 다녔죠~

<화제의 스타> 20년 야구인생   최·말·례 심판

“부모님이 시집가라고 야구장비와 라디오를 모두 버릴만큼 야구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1일 오후 제34회 경기도학생체육대회 야구 중등부 결승전이 벌어진 안양 석수구장에 빨간 점퍼와 검정 모자를 쓴 한 여성이 눈에 띄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20년 가까이 야구 기록원, 심판 등으로 활동한 뒤 올해 경기도야구협회 기록원을 맡은 최말례씨(40·한국사회인야구 심판위원장).

어린시절부터 스포츠에 푹 빠져 살던 그녀에게 부모님은 ‘다 큰 처녀가 연애는 안하고 경기만 보러다닌다’며 최씨가 가장 아끼는 야구용품과 라디오, 잡지 등을 모두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같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1992년 평범한 직장인의 신분으로 기록강습회에 참여한 뒤 사회인리그 기록원으로 꿈에 그리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KBS 스포츠국 야구기록 및 통계요원으로 활동하던 1995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학교를 수료, 여성으로는 드물게 야구·소프트볼 심판원, KBS라디오 야구기록 전문 리포터 등 사회인리그와 프로야구 올스타전, 국제대회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또 후배 양성을 위해 기록과 심판 강의에 나설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최씨는 “첫 경기 심판을 보는데 긴장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다. ‘아! 이게 내 천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야구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기에 판정에 항의하는 감독과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씨에게 야구인으로서의 삶은 큰 돈을 벌게 해주는 일도 아니고, 항상 판정에 대한 시비가 따라다니는 힘든 일이지만 그보다 자신이 너무 애정을 가진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후배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최씨는 “정말 좋아하는 야구가 일상생활이 되어 싫증이 날까 걱정”이라며 “하지만 열약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가꿔나가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이 생활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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