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준우승’ 세계 야구팬 감동

한국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숙적’ 일본과 처절한 ‘야구전쟁’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지만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위대한 도전’이었다.

전국 고교팀이 55개에 불과한 한국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비롯해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중남미의 야구 강국 틈 속에서도 빼어난 기량으로 결승까지 진출, 일본과 막판까지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고교팀 수가 4천100여개가 넘는 일본이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등 빅리거 5명을 포함해 역대 최강팀을 구성했지만 한국은 출발 과정부터 잇따른 감독직 고사로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의 중책이 제1회 WBC에서 4강 신화를 만들었던 김인식 한화 감독에게 맡겨졌고, 최고의 선수들로 최강의 팀을 구성하겠다는 감독의 욕심과 달리 마운드와 타선의 간판 스타인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이 소속 팀에만 전념하겠다며 태극마크를 고사했다.

또 백차승(샌디에이고)과 김병현의 불참에 이어 큰 기대를 걸었던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일본 도착 다음날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자 소속팀이 선수 기용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과보호’ 논란까지 벌어졌다.

적지않은 혼란속에 6일 중국과 첫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9대0으로 완파했으나 일본과 승자전에서 믿었던 김광현이 무너지면서 2대14 충격의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그러나 패자부활전에서 중국을 14대0, 콜드게임으로 누르고 2라운드행 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일본과 1-2위 결정전에서 선발 봉중근의 눈부신 호투, 김태균의 천금같은 결승타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일본을 꺾은 대표팀은 여세를 몰아 2라운드에서 강호 멕시코를 8대2로 격파한 뒤 일본마저 4대1로 제압, 2회 연속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중남미 최강국 베네수엘라와 맞붙은 준결승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한국이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 선수 전원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안타수 5대15의 일방적인 열세 속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9회말 2아웃 뒤에 끝내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는 투혼까지 보였다.

우승의 영광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게 돌아갔지만 지난 한 달동안 ‘불굴의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강인한 투혼은 전 세계 야구팬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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