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혹은 작가 없는 전시장을 상상해 봤는가.
너무나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그래서 예술은 변화를 거듭했다. 쿤스트독미술연구소(소장 김성호)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듯 특이한 전시를 마련했다. 바로 ‘전시기획자 P씨의 죽음’전이다. 이 전시에는 참여작가가 없다. 여기다 관람자들은 전시를 몸소 체험하고 전시의 인과관계를 해석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한다.
이 전시는 지난해 연구소가 추진했던 ‘비미술관형 미술전시공간 연구’ 일환으로 연구 성과를 직접 전시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전시는 이렇다. 박영태 경기대 교수를 사라진 전시기획자로 설정하고 주변 인물이 그의 유서를 발견한다. 그러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급하게 써내려간 필체며, ‘미안하다’는 단어의 반복에서 특별히 자살이란 근거를 찾기 어렵다.
또 집 곳곳에 흩어진 혈흔은 누군가와 격렬한 몸부림을 쳤다는 가능성을 낳게 한다. 그렇다면 타살? 그러나 시신은 없다. 여기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실종신고가 들어왔고 그들은 한 연구소의 소장과 연구원인 것. 이는 P씨의 자살, 타살, 행방불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것은 전시장을 연극무대처럼 꾸민 P씨의 현관과 거실, 서재에서 유추할 수 있으며 여러 상황을 이미지로 연출한 모니터만이 작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김성호 소장은 “기획자와 관객만이 점유하는 이번 공동기획전에서 작가의 의미는 무엇인지, 작가와 기획자가 공생하는 미술계 시스템에서 서로의 위치는 어떠한지도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 창성동 쿤스트독갤러리에서 26일까지 열린다. 문의 (02)722-889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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