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독립영화 흥행 기폭제 기대
(서울=연합뉴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관객수 26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넘어서며 한국 독립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주말 신규 개봉작인 할리우드 영화 '세븐 파운즈'나 한국 영화 '키친'을 거뜬히 제친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예산 영화인데다 소규모 개봉 영화인 '워낭소리'가 일으키고 있는 돌풍은 스케일 면에서도 이전 독립 영화가 거둔 성과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이전까지 한국 독립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은 공동체 상영(지역회관, 학교 등 상영)을 포함해 9만~10만명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학교'(김명준)였으며 외국 영화를 포함해도 22만명을 모은 '원스'가 가장 흥행이 잘된 독립 영화였다.
1억원 가량의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배급 비용 포함) 1억원 가량을 들인 이 영화의 매출액은 9일 영진위 가집계 기준 18억원 가량. 극장 측이 가져가는 수입과 마케팅비 등을 제외해도 이미 들인 돈의 4~5배 이상의 수익은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워낭소리'의 흥행세가 특히 의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7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한 뒤 차츰 스크린 수를 늘려나가며 흥행세가 증폭되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오프닝주 관객수 7천500명, 박스오피스 순위 15위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우호적인 입소문과 언론의 폭발적인 반응이 맞물리며 스크린수(배급사 발표 기준)가 22개, 36개로 차츰 증가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70개까지 늘어났다.
이는 소규모 개봉과 와이드 릴리스로 개봉 방식이 이분화한 극장가에서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 극장가는 대체로 개봉 규모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차츰 스크린수가 줄어가며 상영이 끝나는 방식의 배급이 일반적이었다.
'워낭소리'의 가장 큰 성공 원인은 바로 양질의 콘텐츠와 관객들의 입소문에 있다. 이 영화는 TV나 인터넷 광고 없이 일부 신문과 영화전문지에만 광고를 했으며 마케팅 비용은 배급과 상영에 쓰인 돈이 대부분이다.
'워낭소리'의 성공 사례는 '독립 영화는 지루하다'는 공식을 깬 것인 만큼 다른 독립 영화들의 제작과 상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5일 개봉한 '낮술'(노영석)이 입소문을 무기로 스크린 수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똥파리'(양익준)와 '나무없는 산'(김소영) 등 조만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인 독립 영화들도 '워낭소리'의 성공에 고무된 모습이다.
'낮술'과 '똥파리'의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의 관계자는 "'워낭소리'의 성공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어 온 독립 영화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최근 독립 영화들은 관객들과의 소통에 충실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제2, 제3의 흥행 성공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낭소리'의 흥행이 어디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인디스토리의 남희승씨는 "관객과 극장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얼마 만큼 관객이 더 들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13~14일 주말부터는 스크린수가 80개 가량으로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객수 50만명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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