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미야자키 작품때는 수험생 기분"

'벼랑 위의 포뇨' O.S.T 담당

(서울=연합뉴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할 때면 늘 진짜 승부를 하는 자세로 임합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동심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순수한 느낌의 영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왔다.

그의 애니메이션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25년 동안 미야자키 감독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58)다.

일본에서 1천200만 관객을 동원한 최근 흥행작 '벼랑 위의 포뇨'도 마찬가지다. 히사이시는 이 영화의 모든 삽입곡을 맡아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감독께서 '아이는 물론 어른도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셨지요. '이웃집 토토로'의 오프닝 곡인 '산책' 때와 같은 요청이었어요. 저는 우선 아주 간단하고 쉬운 메인 테마의 멜로디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편곡을 철저하게 바꿔가며 여러 다양성을 시도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제가의 멜로디는 처음 음악 미팅을 할 때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며 "그 후 수개월 동안 다른 멜로디를 연구했지만 결국 처음 멜로디 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작곡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벼랑 위의 포뇨'는 5살짜리 소년 소스케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물고기 소녀 포뇨의 이야기를 담았다. 둘은 손으로 그린 따뜻한 느낌의 원화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 간다.

"영화음악은 등장인물의 감정이 동요하는 장면에 종종 이용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감정적으로 전혀 동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감정의 변화보다는 주인공의 '기분' 같은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했고 남녀 혼성 코러스도 도입했다. 음반은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에서 3위에 올랐고, 주제가는 오리콘 일일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또 중년 가수 후지오카 후지마키와 아동극단 소속 아역 배우 오하시 노조미는 동명의 주제가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부를 노래를 제작하기 때문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프로 가수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후지오카의 목소리에 녹아있는 친근함에 주목했습니다."

히사이시가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일한 것은 1984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부터다. 이후 25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 9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매번 데모 음악을 갖고 미야자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로 미팅하러 갈 때면 수험생이 된 느낌이 들어요.(웃음) 미야자키 감독은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며, 지브리의 작품은 제 음악인생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항상 '이미지 앨범'을 제작하면서 공동 작업을 시작한다. 이미지 앨범은 본편의 삽입곡을 제작하기에 앞서 만든 '스케치 형태의 악곡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미야자키 감독은 이미지 앨범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갈고 닦고 콘티를 그리기 시작한다"며 "나는 세계적인 거장인 미야자키 감독의 명성에 걸맞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 등은 '노래의 본질'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과 나의 집착이 반영된 곡"이라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음악은 중량감 있는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민속 음악이 융합됐다"고 설명했다.

히사이시는 2005년 한국에서 그의 영화음악을 테마로 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공연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한국 팬의 열기는 정말로 대단했어요.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팬을 만나 공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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