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집 발표 "미국 신인처럼 단계 밟겠다"
(서울=연합뉴스) "'핫 100', '빌보드 200' 같은 빌보드 메인 차트에 오르려면 많은 단계가 필요해요. 미국은 생각처럼 바로 1위에 오를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1년 여의 시간이 흘러 오리콘차트 1위를 했잖아요."
2008년 10월22일 싱글곡 '잇 유 업(Eat You Up)'으로 미국 팝시장에 데뷔한 보아(본명 권보아ㆍ23)가 로스앤젤레스에 체류하던 중 SBS '가요대전' 출연 등을 위해 국내에 일시 귀국,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
리버스 비트의 댄스곡 '잇 유 업'은 현재 빌보드의 장르별 차트인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 15위에 올라 순항 중이지만 일부에서는 빌보드의 메인 차트가 아니라며 저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지적에 보아는 "미국은 일본 음악 시장보다 몇십배나 더 커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며 "3년을 내다보고 미국의 신인처럼 단계를 밟고 있다.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 메인 차트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또 집에서 시청하던 MTV 어워드 쇼에도 출연하고 싶다. 지켜봐달라"고 당부부터 했다.
2000년 중학생 나이에 데뷔한 보아는 2001년 일본으로 건너가 대형 음반사 에이벡스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NHK 연말축제 '홍백가합전'에 6회 연속 출연하는 등 J-POP 시장 정상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 도전하면서 또다시 신인이 됐다. '아시아의 별' 보아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외로운 싸움이 또 시작된 것이다.
그는 2개월 간 미국 활동을 하며 한국, 일본과 다른 음악 홍보 방식을 경험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현지에 맞는 음악과 프로모션 방법에 맞추고 있다는 것.
"미국은 음악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라디오 방송국의 힘이 크고 클럽에서 음악 플레이 횟수가 빌보드에 큰 영향을 줘 중요한 홍보의 장이에요. 클럽에 직접 가서 제 음악이 나올 때 유명 DJ의 소개를 받아 손님들 앞에서 인사하고 노래 소개도 했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2008년 12월 초 미국 MTV 스페셜 프로그램 '보아 라이브 인 뉴욕'에 출연해 공연 실황이 뉴욕 타임스퀘어 중심에 위치한 MTV 초대형 HD 전광판에 나온 순간도 잊을 수 없다.
"떨리지는 않았는데 리허설 때 스튜디오의 맞은 편 전광판에 제 모습이 보였죠. 어찌나 신기하던지…."
우타다 히카루, 코코리 등 아시아권 대형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체구가 작은 동양인 소녀 보아의 앞길도 탄탄대로는 아닐 터. 그는 "섹시미가 아니라 남성들이 출 법한 안무를 작은 체구의 여자 아이가 파워풀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놀라더라"고 했다.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하는 등 스트레스도 있다.
"아직은 완벽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좀 있죠. 하하. 제가 데뷔 전 중학교 과정으로 외국인 학교에 다니다가 일본에 가서 영어 쓸 일이 8년간 없었어요. 미국 진출이 정해진 후 본격적으로 한 게 1년 좀 넘어요. 언어가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니 조급하게 생각 안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등 유명 팝스타들의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담당했던 맥스 구스와 손잡은 보아는 2009년 상반기 정규 1집을 내고 정식 데뷔한다. 현재 크리스 브라운, 리아나, 어셔 등 유명 팝 스타들의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케네디, 션 가렛과 녹음 작업을 하며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를 오가고 있다. 1집에 수록될 '룩 후스 토킹(Look who's talking)'은 이미 공개됐다.
"1집은 클럽에서 어필할 어반 장르의 곡들로 채워져요. 비트가 강한 댄스곡이 많죠. 이런 곡들이 팝 시장의 음악차트를 석권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듣던 팝을 프로듀싱한 분들과 작업할 수 있어 꿈 같아요. 제 퀄리티가 향상되는 과정이니 작업하는 하루 하루가 굉장히 행복해요."
새삼 한국, 일본, 미국 음악의 차이점도 느끼고 있다.
보아는 "요즘 팝 시장에서는 '반복'이 대세이고 보코더(음성을 전기적으로 분석ㆍ합성하는 장치)를 이용해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활용해 신선하다"며 "일본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가 중심인데, 한국 노래는 멜로디가 있으면서 비트도 강해 복합적인 스타일이다. 각국에서 음반을 내며 다르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또 실패할 때를 대비한 '플랜 B'가 있느냐고 묻자 "결코 한국과 일본 시장을 버리고 간 것이 아니다. 시간을 쪼개 활동하는 것"이라며 웃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히트가 있는 변수가 많은 곳이죠.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했는데 결과가 저조하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하고 싶고 배우는게 있다면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아요."
더불어 그는 "아직 한계를 느끼기에도, 가능성에 확신을 갖기에도 성급하다"며 "다만 가능성이 없었다면 유명 프로듀서, 마케팅 담당자들이 일을 같이 안 해 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으로 보아는 23살이다. 30~40대에도 라이브로 노래하며 역동적인 춤을 소화하는 퍼포머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라이브를 하며 퍼포먼스를 하는 이 직업 자체가 힘들어요. 몇년 전 일본 도쿄돔에서 마돈나 콘서트를 봤는데 왠지 저도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50대에도 저런 퍼포먼스를 하고 있지 않을까'라고요."
10대, 20대 초반 또래만이 겪는 경험을 못한 아쉬움도 솔직히 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를 안 다녔잖아요.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 자격은 있어요. 심리학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연예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우울증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저 역시 객지 생활을 많이 했고 가족과 시간을 못 보내 외로울 때 투정 부릴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힘들어요. 심리학 공부를 하면 '왜 그런 심리가 생길까' 알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싶어요"
보아는 2009년 계획도 이미 잡았다. 상반기 미국에서 1집을 내면 군대 간 남자친구처럼 기다려준 팬클럽 '점핑 보아'를 위해서라도 잠시 국내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2월 새 싱글, 3월 베스트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다. 3개국 활동을 다른 언어로 하려다보니 "몸보다 머리가 힘들다"고 다시 웃는다.
"기축년(己丑年)에는 더 정신없는 한해가 될 것 같아요. 어렵겠지만 꼿꼿이 잘 견디며 다시 시작하는 자세를 가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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