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파리에 사는 중년의 미국인 만화가 톰(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삶은 고달프다.
이혼한 아내와 재결합하고 싶지만 아내는 잘 만나주지 않으며 13살 생일을 맞은 아들은 약속을 자주 어긴다며 원망한다.
그뿐만 아니다. 사실 톰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다. 어릴 적 프랑스에 건너오고 나서 한 번도 고향 미국에 돌아가 보지 못했고 거기에는 남과 달랐던 어린 시절이 있다.
사건은 13살 생일 즈음에 시작됐다. 흔히 13살은 소년이 남자로 변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기. 하지만 반대로 그 시절에 톰의 인생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잠겨버렸다.
아들의 13살 생일을 맞아 톰은 비밀을 아내와 아들에게 털어놓고 지금의 괴로운 삶에서 벗어나려 한다.
24일 개봉하는 '하우스 오브 디'(House of D)는 'X파일'의 스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연출 데뷔작이다. 직접 쓴 각본을 가지고 메가폰을 잡은 그는 연기까지 하며 1인 3역을 맡았다.
주인공 톰이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보듬는 식의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상처를 가진 중년 남성의 성장기이자 아련한 추억으로의 여행기이다.
과거의 추억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며 현실을 살아가는 힘이다. 주인공 톰처럼 실제로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자란 데이비드 듀코브니는 데뷔작에서 개인의 경험을 끄집어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는 데 성공했다면 로빈 윌리엄스와 13살 토미역을 맡은 안톤 옐친의 연기가 큰 힘이 된 듯하다.
배우 출신의 연출 데뷔작이라서인지 연출 면에서는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좋은 연기를 끄집어내는 감독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때는 1973년. 13살 톰은 병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우울한 어머니는 약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아들의 성공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이기도 하지만 톰의 삶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신체나이는 41살이지만 정신연령은 11살인 파파스(로빈 윌리엄스)와 단짝으로 어울리며 함께 영화도 보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즐겁게 사는 톰은 또래의 여자아이와 풋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동네 한켠의 여자 구치소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재소자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름 안정적이었던 톰의 유년 시절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엉망이 된다. 파파스는 톰을 위해 자전거를 훔치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 정학을 받으면서 어머니는 자살을 시도한다.
영화의 제목 '하우스 오브 디'는 톰이 인생의 조언자를 만나는 여자 구치소를 뜻한다. D는 구류를 뜻하는 단어인 '디텐션'(Detention)의 첫 글자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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