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운명으로 연결된 사랑 '북극의 연인들'

(서울=연합뉴스) 멜로 영화의 팬들이라면 겨울 극장가에 쏟아져나오는 많은 영화들 중 '북극의 연인들'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

매력적인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배경이 되는 스페인과 핀란드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하늘, 그리고 평범한 전개 방식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관객들을 몰입시킬 정도의 흡인력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독특한 전개방식을 통해 깊이와 형식미를 갖췄다.

남녀 주인공 각각의 시선은 시간과 공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어지럽게 제시되지만 결국 말끔하게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치 빈 자리를 모두 채워 넣으면 한 장의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그림 퍼즐 같다.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 오토(otto, 펠레 마르티네즈)와 아나(ana, 나즈와 님리), 그리고 감독 자신의 이름인 메뎀(Medem)이 뒤집어 읽어도 똑같은 회문(回文)인 것처럼 영화는 형식이나 내용에서 순환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작부터 결론의 일부 장면을 드러내는 '수미쌍괄식'의 형식은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작용한 끝에 결국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닮았다.

세계적 주목을 받는 스페인 중견 감독 훌리오 메뎀이 1998년 만든 영화로 오랫동안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영화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의 세련됨이나 화면의 아름다움은 요즘 영화들보다 더 요즘 영화 같다.

제작 당시 주목받던 배우이던 여자ㆍ남자 주인공 나즈와 님리와 펠레 마르티네즈는 지금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8살 오토와 아나는 방과 후 학교 앞 공원에서 처음 마주친 뒤 교감을 느낀다. 아나는 오토가 죽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오토에게 아나는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대상이다.

두 아이의 수줍은 사랑은 오토의 아버지와 아나의 어머니가 결혼하면서 위기를 맞고 한편으로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맺어질 수 없는 남매 관계가 돼버렸지만 서로 만날 기회는 많아진 것이다.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며 점차 어른이 되는 두 사람.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떠나지만 둘은 25살이 된 어느날 운명처럼 북극권의 가장자리 핀란드에서 다시 만난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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