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린스 앤 프린세스' 오슬로 감독

"'아름다움'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동화"

(부천=연합뉴스) 애니메이션 감독 미셸 오슬로(65)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황홀경이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어두운 화면에 영롱한 색채를 입힌 '프린스 앤 프린세스',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강렬한 원색으로 그려낸 '키리쿠와 마녀', 3D 입체 그림 속에 더욱 풍요롭고 매혹적인 세계를 담은 '아주르와 아스마르' 등을 통해 관객은 환상의 세계 속에 빠져든다.

오슬로 감독이 7~11일 열리는 제10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7일 오후 부천 복사골 문화센터에서 만난 오슬로 감독은 "나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는 말로 이제까지 만든 작품들의 연출의도를 정리했다.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졌죠. 나는 인생 자체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간성 자체가 삶과 세상에 역경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죠. 그러나 영화에서도 그런 어려움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아주 현실적인 것들을 보여주지 않고도 원하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오슬로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화'라고 설명했다. 그의 전작들은 모두 동화나 민담, 설화를 토대로 한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전설 속 요정 진을 찾아 나서는 청년들의 이야기이며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여러 동화를 한데 모은 작품이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처럼 어린이들을 해치지 않고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귀를 닫은 어른들에게도 방어막을 허물고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동화입니다. 그래서 제 영화를 보고 우는 어른 관객들이 있는 것입니다. 큰 상처를 가졌지만 내 영화를 보고 마음을 치유했다는 여성도 있었고요"

오슬로 감독 작품들의 배경은 모국 프랑스를 쉽게 벗어나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가 되기도 하고 아랍이 되기도 한다. 그는 "국가간 문화적 차이는 인위적인 것일 뿐이며 사람의 감정과 마음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세계의 시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아프리카 기니에서 자라난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가톨릭, 무슬림, 무속신앙인 등 다양한 종교를 접할 수 있었죠. 제 아버지는 독실한 가톨릭교도인데 아버지에 비해 나는 더 풍요로운 사람입니다. 한국에도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참 좋은 일이죠"

그는 여러 나라의 민담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최근 읽은 그림책에서 아주 흥미로운 한국의 동화 한편을 만났다"고 말했다.

"한 노인 부부에 관한 이야기인데 할아버지가 숲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발견한 샘에서 물을 마셨죠. 그랬더니 할머니가 못 알아볼 정도로 젊어져 버린 겁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함께 그 샘물을 마시죠. 나중에 이웃이 노인 부부의 집에 갔더니 노인은 사라지고 울고있는 갓난아기가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멋진 이야기가 아닌가요?"

2D 애니메이션, 3D 애니메이션, 실루엣(그림자)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그에게 어떤 기법을 쓸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묻자 그는 의외로 "그것은 돈에 관한 문제"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실루엣 애니메이션을 왜 만들었는지 물었는데 돈이 조금밖에 없어서였습니다. (웃음) 하지만 괜찮습니다.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은 아예 없는 것보다 나은 것이니까요"

그는 이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라는 제의를 많이 받고 있지만 자신의 차기작은 단편영화라고 말했다.

"실루엣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입니다. 적은 돈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거든요. 사람들이 장편을 만들라고 하지만 나는 다음에는 단편을 만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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