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스페셜 음반서 호란과 '동행' 듀엣
(서울=연합뉴스) 서로 다른 이미지의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다. 혼자 사는 집에 TV가 없고, 고양이를 두마리, 세마리씩 키운다. 올 봄 자신들의 얘기를 담은 책도 출간했다. 일본과 영국에서 각자 샀는데 우연히 똑같았다는 '골절 반지'는 마치 커플링같다.
가수 생활 10년이 된 싱어송라이터 박기영(31)과 밴드 클래지콰이와 이바디의 보컬 호란(본명 최수진ㆍ29)은 인터뷰 도중 공통점이 하나 둘 발견되자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있다"며 '깔깔' 댔다.
둘은 박기영의 스페셜 음반 '어쿠스틱+베스트'에서 듀엣곡 '동행'을 불렀다. 박기영이 호란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고 함께 노랫말을 붙였다. '동행'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셀린 디옹의 듀엣곡 '텔 힘(Tell Him)'의 한국판 같다.
박기영은 호란을 '이쁜이'라고 호란은 박기영을 '언니'라고 부른다. 박기영이 옮겨 둘은 올해 같은 소속사(플럭서스) 식구가 됐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
--닮은 점이 많아 의외인데.
▲음악에 대한 견해는 같지 않을 것이다. 삶과 음악의 길에서 열정을 품고 지향하는 바가 통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박기영, 이하 박)
▲처음에는 차이점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우연히도 어쿠스틱한 질감의 음반을 올해 둘 다 냈다. 클래지콰이는 주로 전자 사운드, 4월 1집을 낸 이바디는 어쿠스틱한 음악이 담긴 내추럴 사운드를 지향한다. 언니와 추구하는 음악과 취향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열정만은 통한다.(호란, 이하 호)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언제인가.
▲2003년 여름 러브홀릭 콘서트를 봤다. 러브홀릭 소속사(플럭서스) 대표님이 학창 시절 교수였다. 교수님이 호란과 알렉스도 소개해주셨다. 호란이가 대충 인사하길래 처음에는 '저런 싸가지'라고 생각했다. 그해 겨울 러브홀릭, 클래지콰이 등과 술자리를 가지며 서로 호감을 갖게 됐다.(박)
▲처음에는 서로 잘 맞는 것 같지 않았다. 둘이 술 마시고 얘기하다보니 마음이 통했다.(호)
▲술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새 둘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호란이가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고 나중에 보니 내가 하고 있더라고 얘기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둘이 술집의 넓은 화장실에서 한 시간 동안 얘기했다.(박)
--'우린 닮았다'는 느낌이 든 순간이 있나.
▲처음보다 공통점이 많아졌다. TV가 둘 다 없는 것, 처음에는 언니가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가 세 마리, 언니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호)
▲우연히 같은 반지를 끼고 있다. 호란이는 데뷔 전인 2003년 좋아하는 일본 뮤지션을 따라 반지를 샀고, 나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반지를 샀는데 그때는 호란이가 그 반지를 끼고 있는지 몰랐다.(박)
--언제 서로에게 의지가 되나.
▲2004년 겨울 새벽 1시 반에 호란이가 전화를 걸어 '언니~'하고는 한 템포를 쉬더라. 그래서 그 마음 안다고 얘기했다.(박)
▲클래지콰이로 데뷔하고 6개월 넘게 1집 활동을 하던 때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을 때다. 스케줄을 마치고 운전을 하며 집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힘든데 얘기할 곳이 없었다.(호)
▲난 5집 활동 때였다. 내 마음도 장난이 아니었기에 호란이의 마음을 알았다. 나도 스케줄을 마치고 집 입구에 들어섰을 때 호란이의 전화를 받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화가 끊길까봐 추운데서 한시간 동안 전화한 기억이 난다. 나는 솔로 가수로, 호란이는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버리고 싶은 그 마음을 알아 짠했다.(박)
--'동행'을 함께 작업하고 부른 과정은.
▲곡을 쓰기 전부터 호란이 생각이 났다. 연락했더니 '좋은데? 그래'라고 바로 수락하더라. 맥주를 싸들고 호란이가 우리 집으로 왔고 '텔 힘'을 들으며 '이거'라고 생각했다.(박)
▲3일간 못 감은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쓴 채 갔다. 둘이 가사를 쓰면서 별 얘기를 다 했는데, '언니가 겪은 최악의 남자, 이별을 떠올려봐'라며 가사를 쓴 후 '죽인다'고 한참을 웃었다.(호)
--올해 두 사람 모두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와 '호란의 다카포'를 출간했는데.
▲'가수 호란'이 궁금해 책을 살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책이 됐으면 했다. 연예인이 책을 낸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새치기 같은 짓이다. 많은 재능있는 작가들은 기회가 없어 책을 내기 힘든데 나는 음악이라는 한 톨의 재능을 갖고 수월하게 책을 냈다. 가장 싫은 기사 헤드라인이 '작가 명함 추가요'였다. 이후 언니의 책에 내가 추천글을 썼다.(호)
▲이번 음반 재킷에도 내 음악과 연관된 무언가를 쓰고 있음을 암시하는 소설의 일부가 담겨있다. 두 남녀의 10년 간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있는데 제일 앞의 한 장면을 재킷에 담았다.(박)
--10년 된 박기영이 후배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코가 석자여서. 하하. 오히려 호란이는 내가 고민할 때 단칼에 방향을 제시해줘 언니 같을 때도 있다. 호란이는 자기가 언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똑똑한 뮤지션이다.
▲언니가 이번 음반을 혼자 만들어낸 건 대단하다. 질투도 났다.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면서 전혀 다른 곡으로 편곡했는데 음악적인 발상과 시도가 신선했다.(호)
--두 사람이 함께 음반 작업을 할 계획은.
▲'음반을 내볼까'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났을 때 가라오케에서 호란이가 사라 맥라클란의 '앤젤(Angel)'을 불렀는데 잘 하더라. 호란이는 곡에 대한 명석한 해석력과 좋은 목소리 톤을 갖고 있다. 같이 음악을 하게 되면 또 많은 얘기로 밤을 새울 것 같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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