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손담비 등 디지털 음악시장서 성공위한 전략..아쉬움도
(연합뉴스) "요즘 노래는 듣고 나면 단어 하나만 흥얼거리게 돼요."(33세 회사원 강민영 씨)
"중독성 있는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제의를 많이 받아요. 핵심 가사를 반복되는 멜로디에 싣는 게 특징이죠."(작곡가 신사동 호랭이)
원더걸스의 '노바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손담비의 '미쳤어', 바나나걸의 '미쳐 미쳐 미쳐' 등은 노래 제목이 쉬운 멜로디에 반복되는 후렴구, 이 후렴구가 도입부에 배치되고 반복돼 한두번 들으면 귀에 '확' 꽂히는 공통점이 있다.
비트를 활용한 세련된 전자 사운드로 포장된 이 곡들은 현재 멜론, 도시락, 싸이월드, 네이트 등의 음악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히트한 엄정화의 '디스코', 이효리의 '유-고-걸'과 '헤이 미스터 빅', 서인영의 '신데렐라' 역시 같은 사례다.
◇'텔 미' 가 분수령
SG워너비로 대표되는 애절한 멜로디와 노랫말의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유행하던 2년 전과 극명하게 달라진 상황이라고 가요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9월 원더걸스가 '텔 미'를 발표해 성공을 거둔 것이 분수령.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대형 히트곡이 된 원더걸스의 '텔 미'는 쉬운 멜로디에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 텔 미~'라는 재미있는 가사가 10여 차례 반복된다. 이들이 6월 발표한 '소 핫' 역시 '아임 소 핫 난 너무 예뻐요, 아임 소 파인 난 너무 매력있어, 아임 소 쿨 난 너무 멋져~'가 여러차례 반복됐고 대중의 귀에 착착 감기며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작곡가 박근태 씨는 "후크(Hookㆍ핵심부분)를 주무기로 한 음악이 양산되고 있다"며 "이들 노래는 도입부, 브리지(연결부), 클라이맥스로 전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음악 형식이 단순하다. 감각적인 가사와 쉬운 멜로디로 구성된 후렴구가 노래 도입부와 중간 여러차례 반복된다. 특정 패턴, 장르는 아니며 유행이 늘 그렇듯이 국내 시장에서 누군가가 성공하니 너도 나도 따라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디지털 음악 환경이 원인
음반제작자들은 노래 도입부에서 임팩트가 없으면 듣는 사람들이 한곡 전체를 들어주는 참을성이 없고, 한번 들어 머리 속에 남지 않으면 두번 다시 찾지 않기에 중독성이 필수라며 디지털 음악 환경을 요인으로 꼽는다.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빨리 돌리듯 컴퓨터 마우스 클릭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CM송을 만들 경우, 20~30초 안에 상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상품명과 같은 멜로디가 반복된다"며 "온라인, 모바일 시장이 발전하면서 노래도 광고 음악처럼 몇십초 안에 승부를 봐야하니 후렴구를 도입부에 내놓거나 이 멜로디를 곡 중간에 반복하는 것이다. 농축된 가사와 멜로디가 머리 속에 꽂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이런 곡들은 '디지털 형' 곡들이며 팝으로 표현되는 대중가요의 전형적인 제작 방식"이라며 "후렴구를 앞으로 빼는 건 디지털 시대에 잘 맞아떨어진다. 디지털 문화가 정착되고 위세를 떨치는 동안에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에 맞는 음악들이 득세할 수 밖에 없다. 반복되는 가사, 쉬운 멜로디의 반복은 대중을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솔 없다' 아쉬운 목소리도
몇몇 작곡가와 싱어송라이터는 음악이 처한 이런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작곡가 디.브라운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음악은 무척 재미있지만 솔(Soul)이 없다"는 일침을 놓았다.
2인조 밴드 뜨거운 감자의 김C 역시 "제과회사에서 사탕을 만들 때 달짝지근하면 되지, 솔도 고려하나"라며 "솔을 느끼려면 전통 한과를 먹어야 한다. 지금은 한과를 만들어 대량 생산을 해도 시식으로만 소비하는 시대다. 음악사이트에서 월 몇천원에 무제한 다운로드라는 광고를 보면 진짜 열받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2인조 밴드 나무자전거의 강인봉은 "40초가 곡의 생명을 좌우하니 임팩트 있는 노래가 성공한다"면서도 "음악하는 사람들 자체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대중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음악인들은 순간적으로 간지러운 것만 내놓는다"고 말했다.
한 가요관계자는 "음악이 감동을 주려면 예열되고 정점에 이르는 단계가 필요한데, 노래 시작 후 바로 클라이맥스로 가야하는 상황을 많은 음악인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1990년대 대중음악의 전성기 만큼 오랜 시간 불리는 명곡이 나오기 힘들다. 노래방에서 한두달 불리고 사장되는 노래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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