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능행차, 현대미술로 재탄생

‘반차도-정조 화성에 오다’  내일부터 수원미술전시관

200여년전 정조대왕의 웅장하고 거대한 화성행궁 능차행렬이 밝고 경쾌한 현대적 화법으로 재현된다.

40여년 동안 전통 동양화법에서부터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방법을 추구해온 이환영 작가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 ‘반차도 Representation(재현)-정조 화성에 오다’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5년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지난 해 예술의전당 전시에 이어 수원화성과 정조의 행적을 주제로 다룬 세 번째 전시다. 앞선 작품에서는 스치로폼이라든지 강한 색조, 혹은 화선지를 그린 진경 산수풍이 섞여 있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일관된 방법과 현 시대적 시각으로 재편성한 역사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는 장지 위에 토분을 입혀 흑벽과 같은 재질감을 획득한다. 또 이 위에 여러 번 반복 수성물감을 엷게 바른 후 아교처리를 함으로써 마치 지울 수 없는 역사와 같이 수정할 수 없는 표면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이 표면의 감촉에서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느끼게 된다.

작품은 역사적인 사실을 주제로 그려짐에도 작품속에 표현되는 이미지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형상화 된다. 그가 차용하는 이미지는 반차도, 화성성역, 정조의 행적 등 역사적 기록물이지만 그의 그림은 단순한 역사화를 넘어 현시점에서 우리 문화 유적과 더불어 역사를 재해석한 민족주의적 가치관을 담고 있다.

작가는 가능한한 원형 그대로의 역사적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화면에 배열되는 과정 속에서 확대되고 다른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시킨다.

작가의 독창성은 행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당당하고 즐거운 표정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둥그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려낸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이봉순 미술 평론가는 “그의 작업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게다가 역사적 이미지 차용에 있어서 한국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철원기자 ycw@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