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눈물을 목에 머금은 아이들 '소리 아이'

(연합뉴스) 백연아 감독 '소리 아이'는 꼬마 소리꾼 두 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恨)의 소리'로 불리는 판소리와 한창 뛰어놀 나이의 남자 아이들의 조합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면 서서히 아이들의 작은 가슴에 진 멍울이 눈에 들어오고 덜 여문 한의 목소리도 마음을 울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소리를 들으며 자라 자연스럽게 소리를 배운 성열이는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해 먹고 산다. 성열이는 술을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가 취해 있을 때면 너무나 힘들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소리 솜씨나 마음 씀씀이만큼은 아홉살 같지 않은 애어른이다.

열한살 수범이는 소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유명한 선생님들에게 소리를 배워 6년 만에 심청가를 떼자 아버지는 새로운 선생님에게 수범이의 손을 넘겨준다.

'소리 아이'는 화면 속에 서있는 이 아이들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어른들을 자라게 하는 성장 영화다. 어린 나이에 비해 버거운 삶의 무게를 떠안고 있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보기만 해도 무겁지만 아이들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간다. 가끔 지나치게 야속한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빠"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카메라는 냉정하게 거리를 둔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본다. 간혹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내레이션이나 해설 자막은 없다.

아이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도 영화는 그 뒤를 끈질기고 조용히 따라다니기만 해 관객은 때때로 불편하지만 그것이 바로 다큐멘터리만이 가지는 묘미다.

"힘들어도 소리가 좋다", '내 소리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말하는 이 아이들이 어른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른보다 더 확고한 마음으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상영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선명하게 살아난다.

영화는 말미에 처음으로 긴 자막을 집어넣어 이 아이들에 관한 작은 희망을 내비친다. 그리고 두 아이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어른스럽게 자라났다.

촬영 이후 2년이 지나고 최근 개봉에 앞서 열린 언론 시사회 자리에 나타난 두 어린이는 "좋지 않은 모습까지 실제 생활을 찍는 게 쉽지 않았지만 뿌듯하다"고 의젓하게 말해 자리에 모인 어른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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