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의 '밥딜런' 동포2세 가수 박보

"한국민요.판소리 끼가 살아 행복하다"

(서울=연합뉴스) 27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1일까지 서울 명동의 인디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제4회 재외동포영화제에 재일동포 영화감독인 타나카 유키오 씨의 '박보-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가 초청됐다.

30분짜리 음악 다큐멘터리인 이 작품은 록 가수인 '박보'(54.朴保) 씨의 음악 세계를 파헤쳤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사의 역경을 거치며 산 아버지 박정래(작고 1996년)씨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차별 때문에 '히로세'라는 일본이름으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1년만인 1980년부터 한국이름으로 당당히 활동해오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를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의 가수', '일본의 밥딜런', '조용필과 비견될만한 가수' 등으로 소개했다.

영화제를 개최한 지구촌동포청년연대(대표 배덕호)는 이례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인 박보 씨를 초빙했다. 그는 광화문 한국관광공사 T2마당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자신을 다룬 영화가 상영된 뒤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록의 진수를 선보였다.

박보 씨는 29일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와 만나자마자 "저는 밀양 박씨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판소리와 민요 등 한국 음악의 끼가 살아있어 행복하다"고 말을 이었다.

영화 제목처럼 '부르고 싶은 노래가 뭐냐'고 묻자 그는 송창식의 '왜불러', '송학사'를 비롯해 '뱃노래', '몽금포타령', '한오백년', '사랑해' 등의 제목을 열거했다. 한국말로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1979년 첫 음반 '왜불러'를 낼 정도로 송창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노래들을 자주 흥얼거리고 좋아하지만 내가 진짜 소리쳐 부르고 싶은 노래는 자유와 반전, 환경문제와 사회문제 등 메시지가 있는 노래"라고 밝혔다. '굿 나이트 베이비', '시는 흐른다', '언젠가 반드시', '밤을 걸고' 등의 앨범 속에 들어있는 박 씨의 노래는 하나같이 이 사회를 향해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박 씨는 "세상이 불안해지면 사람들이 내 노래를 많이 찾는데, 그렇지 않은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며 "음악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맑고 깨끗한 세상이 온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골고루 받았다는 그는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府)시에서 태어나 10세 때부터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두 살 위인 형 박실 씨는 기타를 연주했다. 지금은 연주하는 악기가 서로 바뀌었지만 형제는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한 그는 일본대학 부속인 미시마고교를 나와 일본대학 예술학부 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데뷔한 그는 송창식의 노래를 일본어로 부르기 위해 한국을 드나들면서 자신의 뿌리(대구)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름을 바꿨다. 그 후 박 씨는 판소리와 소울,레게, 록을 합친 파워플한 음악을 창출함으로써 '아시아의 밥 말리'로 불렸다.

1983년 록의 고장인 미국에서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겠다고 단신 도미해 그 곳에서도 밴드를 결성해 활동한 그는 1992년 일본으로 돌아와 '박보 & 절희극'을 재결성했다. 그리고 1995년 '누가 지구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1997년 형과 함께 '박보 밴드'를 결성해 라이브 활동을 시작한 그는 '피스 보트'에 승선해 중국, 베트남, 북한, 캄보디아 등지를 돌며 공연했다.

박 씨는 "현재 록이나 클래식 등의 장르를 뛰어넘는 음악을 구상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음반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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