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남시민회관서 기금마련 콘서트
(연합뉴스) '사할린 이야기만 나오면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나는 가수', '사할린에 미친 여자'.
최근 가요계에서 팬들로부터 반응을 얻고 있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가수 이혜미 씨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할린 동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가 노래를 부르고, 사할린의 우리말 방송국이 어렵다면 일일 찻집을 운영해 모금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정부기관이나 단체를 찾아가 사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혜미 씨의 극성스런 '사할린 사랑' 때문에 아예 연예계에는 '사할린 가수 군단'이 생겼을 정도. 작곡가 이호섭씨, 가수 김국환. 김경암. 이정엽 씨 등이다.
이들은 사할린에 살다 고국에 정착한 영주귀국동포를 위한 위문공연을 지난 3월과 8월7일에 두 차례 가졌다. 모두 KBS 라디오 한민족방송이 후원했지만 이들이 출연료 없이 공연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씨는 19일 저녁 공주대학의 백제교육문화관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러시아 파르티잔스크의 수찬공연단 공연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이 공연 역시 우리말 방송국 건립을 위해 기획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KBS 내 '사할린을 사랑하는 모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분당의 아름방송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MC이면서 KBS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에 가끔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는 지난달 대전에서 사할린 동포 학생들이 항공료가 없어 고국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일찻집을 열어 여비를 보태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 남점환 씨도 딸의 영향을 받아 사할린과 관련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그는 딸이 부산에서 우리말 방송국 돕기 콘서트를 열 때 속리산 달마선원의 법주스님과 허남식 부산시장, 김광표 부산 지체장애인협회 회장, 이우주 낙동케이블방송 대표 등 지역 인사들을 초청했다.
이 씨에게 가수라는 명함을 내밀게 한 '도깨비 방망이'라는 노래를 인용해 어머니는 시집도 안가고 사할린만 쫓아다니다고 해 딸을 '사할린 도깨비'라고 부른다.
그의 '사할린 사랑'은 2002년 KBS 한민족 노래자랑을 위해 처음 사할린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이 씨는 행사를 주최한 우리말 방송국 김춘자 국장을 만나 사할린 동포들의 징용 역사와 우리말 방송의 중요성을 들으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그 후 지금까지 사할린 관련 노래자랑 등의 프로그램에는 개런티 없이 출연하고 있다.
이 씨는 사할린 동포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고려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독립운동가 후손 등 고려인 128명이 고국을 찾았을 때 위문공연을 한 것은 물론 행사 협찬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래도 그의 주요 관심은 우리말 방송국 건립. 그는 방송국이 들어설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사할린주한인연합회 백수경(63) 회장을 여러 차례 만나 설득했고, 마침내 1ha 정도의 땅을 얻어내기도 했다. 최근 사할린의 땅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결심을 얻어내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백 회장은 "사할린 동포 2-4세들의 한민족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려고 뛰어다니는 이혜미 씨의 정성에 감동했다"며 선뜻 부지를 내놓았다.
방송국이 들어설 땅도 생겼고, 이제 남은 건 건물을 올리는 일. 이 씨의 발걸음은 더 빨라지고 있다. 그는 25일 오후 4-6시 성남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기금마련 콘서트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콘서트에는 백수경 회장과 우리말 방송국 김춘자 국장이 사할린에서 날아와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그는 "10월4일 사할린을 방문해 부지를 돌아보고, 우선 조립식 건물이라도 지어 방송국 간판을 걸겠다"며 "2년 뒤에는 사할린 동포들의 자존심이 될 우리말 방송국이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할린 우리말방송국은 1956년 10월 조선어 라디오 방송국으로 시작, 52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2004년 우리말TV도 개국해 현지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