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꿈을 좇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꿈을 버리고 생업전선에 뛰어들기는 싫다. 꿈을 꿀 자신은 있는데 꿈을 이룰 만한 실력은 없다. 한 마디로, 꿈은 있는데 철이 없다.
이승영 감독의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자신의 꿈을 비웃는 '여기'보다는 꿈을 이뤄줄 것만 같은 '어딘가'에 가고 싶어하는 20대 젊은이의 이야기다.
졸업 후 백수로 살고 있는 26살의 수연(차수연)은 영국으로 유학 가 뮤지션이 되는 게 꿈이지만 집에서 지원받지 못하자 가출, 친구 동호(유하준)의 옥탑방에 얹혀 살기 시작한다. 전역한 복학생 동호는 휴학 전 속해있던 밴드로 돌아가지만 적응하지 못한다.
수연은 동호가 준 표로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뮤지션 현(방준석)을 만난다. 해외 유학파지만 귀국해 그저 그런 뮤지션이 된 현은 처음에는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수연을 무시하지만 다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수연에게 관심을 갖는다.
꿈만 먹고 사는 수연에게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멸시 뿐이다. 유학은 직접 번 돈으로 가라는 엄마, 졸업하자마자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하며 사는 친구가 수연을 향해 던지는 쓴소리는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수연은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냐"며 철없는 비명만 내지른다.
가족, 친구, 남자에게 두루두루 치인 수연은 화장실 구석에 주저앉아 울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은 가깝고 이상향은 멀기만 하다.
길 잃은 청춘의 혼란과 서러움을 은근한 유머와 섞어 어둡지 않게 그린 이 영화의 만듦새는 제작비 1억원의 저예산 HD영화 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광고에 많이 쓰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몽롱한 음악이 방황하는 청춘을 스케치하는 데 적절히 쓰였다. 또 '그놈 목소리', '오래된 정원'의 고낙선 조명감독과 '짝패', '걸스카우트'의 조민호 음향 기사가 보수를 거의 받지 않고 참여해 '때깔'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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