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유치함과 어설픔의 미학 '다찌마와리'

(서울=연합뉴스) 마땅히 사라져야할 일본어이지만 영화제목처럼 일본어 속어로 표현하자면 영화 '다찌마와리'는 '나까' 코미디 혹은 '쌈마이' 코미디라고 할 만하다.

'앞뒤 가리지 말고 한번 웃겨보자'고 덤비는 이 영화에는 '저질' , '유치함', '어설픔'을 조합한 이런 수식어가 제대로 들어 맞는다.

1960~70년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주인공 '다찌마와 리'(임원희)의 외모, 생김새 만큼 느끼한 대사, 입냄새를 무기화하는 과감함, 강원도 어디의 스키장을 스위스라고 우기는 뻔뻔함까지 영화가 내세우는 유머의 코드는 '유치한 재미'다.

이렇게 대놓고 저질스럽고 유치하고 어설프지만 일단 영화의 유머에 마음을 연 관객이라면 실컷 낄낄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키치적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유치하다', '어설프다'고 코웃음을 치는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데, 진짜 재미있는 유머는 유치함과 어설픔에서 나온다.

◇"우리 사이에 굳이 통성명은 필요없을 것 같은데…"(만주행 기차에서 다찌마와 리가 '국경삵괭이' <류승범> 에게)

때는 바야흐로 어둠의 세력이 창궐하던 1940년대. 비밀요원 금연자(공효진)가 갑자기 사라지고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적힌 황금불상(사실은 황금이 아니라 14K 도금이다)이 사라지자 임시정부가 발칵 뒤집힌다.

압록강변에서 나라를 걱정하던 임시정부의 수뇌부들이 고민 끝에 이 사건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바로 다찌마와 리(임원희)다. 사랑과 조국, 약자를 위해 총구를 겨누는 이 남자는 금연자와는 연인사이면서도 뭇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미남자'다.

새 임무에 착수한 다찌마와 리는 무기 개발자 남박사를 찾는다. 남박사는 다른 첩보영화보다는 많이 어설퍼보이지만 나름 강력한 무기를 개발해 다찌마와 리에게 권한다.

새로운 파트너들도 다찌마와 리를 돕는다. 첩보계의 '검은 꽃' 마리(박시연), 다소 수상한 요원 진상6호(안길강)가 그들이다.

상하이, 미국, 만주, 스위스 등 전세계를 돌며 불상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 다찌마와 리. 하지만 마치 내부에 첩자가 있는 듯 사건은 자꾸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러던 사이 다찌마와리와 마리 사이에 로맨스가 꽃핀다.

◇"오! 쾌남. 호방하다, 호방해!"(영화 포스터. 주연 임원희를 가리키며)

"넥타이 풀어헤치고 머리에 꽃 꽂고 미친듯 웃어달라"라고 권하듯 감독은 오직 관객들의 웃음 한가지에 매진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는 '호방함'이라는 1960~70년대 첩보영화의 정서와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면서 더해진 '우스꽝스러움'의 유머, 재치있는 대사가 있다.

조용히 총만 뽑으면 될 상황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더러운 죄악의 종지부를 찍을 내 주먹을 사라"며 멋을 부리고 3각관계에 처했으면서도 "내 인생에 삼각형은 삼각 김밥 뿐"이라는 '뻐꾸기'를 날릴 줄 안다.

주인공이 고개를 돌리고 싸우려는 폼을 잡을 때마다 '크허억'이나 '뜨시' 같은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것 역시 이런 희화화한 호방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일본어나 중국어, 영어 대사가 나올 때 한국식 외국어 대사가 등장하는 것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것들이다. "~ 한다 해"라는 왕서방식 중국어나 '합니다'를 '하므노므니다'식으로 발음하는 일본어도 유치하지만 끊임없이 관객들을 킥킥대게 한다.

◇ "근래 보기드문 자신감인데…"(다찌마와 리. 결투에 앞서 싸울 준비를 하는 진상 6호에게)

이 영화의 원작은 같은 감독이 2000년에 만들었던 35분 분량의 '다찌마와 Lee'다. 단편을 장편으로 옮기면서 감독이 했던 고민은 잔뜩 길어진 상영시간을 어떤 아이디어로 채울 것인가 였을 듯하다.

우스꽝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나 옛날 영화같은 대사는 이미 단편에서도 핵심 요소였다. 99분으로 늘어난 긴 상영시간을 채우기 위해 감독은 다양한 유머의 도구들을 '신무기'로 동원했고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성공을 거뒀다.

뻔히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식 외국어 대사에 굳이 자막이 흘러나오더니 "죄송합니다. 대사가 빨라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 같은 엉뚱한 말이 흘러나온다. 불법 다운로더들 사이에서 나도는 네티즌 자막파일을 패러디한 것이다.

상하이나 만주, 스위스, 미국 같은 데서 촬영한 듯 흉내내지만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한국이 촬영장이라는 것도 웃음이 쏟아지게 한다. 압록강이라는 시뻘건 자막이 등장하지만 한강인 것을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으며 만주 벌판은 영종도 어디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촬영됐다.

영화에는 이밖에도 지나치게 과장된 배경음악이나 어설픈 분장, 때리기 전에 먼저 막는 모자란듯한 액션신에 류승범이나 황보라, 박시연, 공효진, 김수현 같은 조연배우들의 개인기도 있어 웃을 거리는 충분하다.

이 영화가 좋은 선택이 될 지 여부는 감독의 웃음 코드가 얼마나 관객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지에 있다. 일부 관객들은 대사나 자막 같은 핵심 유머 코드의 약발이 떨어지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기 전인 중ㆍ후반부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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