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만의 음악 나왔다'는 자신감 있어요"

서태지 인터뷰.."팬들 위해 탁아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연합뉴스) "정말 잘 나온 것 같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 가수 서태지(36)가 7집 음반 이후 4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긴 공백기가 믿기지 않을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달 29일 발매된 8집 첫 번째 싱글의 첫 물량 10만장은 사전 매진됐고 1일 열린 게릴라 콘서트에는 4천여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안전사고 우려로 공연은 15분만에 끝났다.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만난 서태지는 팬들과 다시 만난 소감으로 "팬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쉬기 시작한 뒤 3개월은 바짝 놀았어요. 이후 외국에서 천천히, 여유롭게 2년 정도 음악을 구상하고 데모를 만들었죠.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마무리했습니다. 1년은 녹음만 했어요. 다른 때보다 준비 시간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테스트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후회없는 음악이 나온 것 같습니다."

8집 앨범이 공개된 뒤 상당수 언론과 평론가들은 "대중과의 소통을 살렸지만 음악적 실험정신은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서태지는 "어느 때보다도 실험을 많이 했고 스스로도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실험을 많이 했어요. 실패도 많이 했죠. 예전에는 어떤 장르적 개념이나 목표가 분명히 있어서 그 쪽을 향해 달려갔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고 너무나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태지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을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적이라는 평가요? 의도한 게 아니예요. 저는 성격상 싫증을 잘내고 새로운 걸 좋아해서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게 바뀌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멜로디가 서태지 아이들 때처럼 화려해졌죠. 지금은 어떻게 해야 더 잘 홍보를 하고 대중친화적이 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새 싱글에서 서태지는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웠다. 5집을 얼터너티브, 6집이 하드코어, 7집이 감성코어로 분류한 데 이은 것이다.

"음악을 일단 만들고 나중에 이걸 어떤 장르라고 해야 하는지 생각해요. 이번에는 맞는 장르 이름을 찾지 못해서 네이처 파운드라고 붙였죠. 서태지만의 음악이 나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직역하면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뜻인데 파운드는 장르적 개념이고 네이처는 전체적인 이미지예요. 자연을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음악을 들어보시면 음이 다 세분화해 있고 쪼개지고 부서져 있어요."

그는 사전에 충남 보령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드는 프로모션을 벌였는데, 이 일은 당시 인터넷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물론 "지나친 장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일련의 미스터리 게임을 하면 그 음악이 더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자연과 미스터리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분야예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까요.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분야인데 콘셉트가 맞지 않아 못했죠. 이번에는 자연과 미스터리를 아울러 선곡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마지막 음반까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3곡만으로도 많은 걸 함축했다고 생각해요."

데뷔 당시 스무살이었던 서태지는 어느새 데뷔 15주년을 지나 서른여섯의 나이가 됐다. 상당수 어린 소녀였던 팬들은 그와 함께 성장해 이제 어린 아기를 안고 공연장을 찾는 어른이 됐다.

"공연 중 탁아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나이는 먹었어도 팬들 반응은 똑같아서 신기하고 뿌듯해요. 음악하길 잘했다, '아직도 저렇게 행복해 하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요. 운동을 안 좋아해서 기타 들고 작업만 했기 때문에 첫 공연이 조금 힘들긴 했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연습할 때보다 숨도 많이 안 차고 괜찮더라고요. 팬들이 있으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2배 정도 솟아나죠."

이번 앨범은 해외 스태프의 도움 없이 완성됐다. 서태지가 직접 소리를 내고 만들어 얻어낸 작품이며 믹싱까지 본인이 직접한 것. 그는 '메이드 바이(Made by) 서태지' 음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연거푸 "정말 마음에 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1집 외엔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었어요. 최고 엔지니어들과 작업하니 많이 배우고 자신감도 생겼지만 그로 인해 후회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믹싱을 하루나 이틀에 한 곡을 하는데, 사실 그래선 안되거든요. 음악이란 며칠 지나서 들으면 또 다른 것이라 시간을 많이 갖고 작업하는 게 중요하죠. 이번에 미리 작업을 시작해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챙기고, 버릴 건 버리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사운드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어요. 정말 잘 나온 것 같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는 한국 음반시장이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시장이 어렵다는 사실이 내 음악에 영향을 전혀 안 준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안타깝죠. 음악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반을 직접 돈을 주고 사서 뜯어보는 그런 기쁨이 있었는데요. 음악의 가치가 좀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열심히 만들어야죠. 예전에는 돈을 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쓰자는 마음으로 해요. 16년이잖아요.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받은 것을 다 쓰자, 멋있게 해서 감동을 주자. 그래서 규모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서태지는 언제쯤 음악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지 질문을 받자 "음악에 대한 감에 달려있다"면서 "죽을 때까지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두게 될 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죠. 4집을 하고난 뒤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고 더 만들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음반을 낼 때 다음 음반에 대한 용기는 있지만 다음 다음 음반에 대한 용기는 없어요. 감이라는 게 엄청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거라서요. 음반 계약도 그래서 딱 한 장만 하죠. 감이 떨어졌는데 계약 때문에 음반을 낼 순 없잖아요. 그래도 음악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긴 해요. 새로운 음악을 하다가 죽고 싶은 거죠."

그는 음악 외의 취미활동을 묻는 질문에 RC(무선조종) 비행기 띄우는 것을 즐긴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설명에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음악에 대한 가치관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듯했다.

"만들 때 재미도 있고, 또 내가 만드는 걸 띄우는 거니까 좋아해요. 실제로 추락할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긴장하면서 띄우게 되고요. 잘 날아갈 때는 쾌감을 느끼거든요. 기술이란 문제도 있어요.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인간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 각각의 꿈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나눠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큰 꿈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음악 생활을 행복하게 즐겁게 하고 싶고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오면 좋겠어요. 정현철의 꿈이라면 평범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건데… 새로운 음악이 생각날 시간을 갖는 거죠. 잘 조율해 나가면서 죽을 때까지 서태지와 같이 살고 싶다는 게 정현철의 꿈이에요."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