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 오페라의 한계와 동시에 그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지난 24일 오후 8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객석은 ‘피렌체의 비극 & 아내들의 반란’이라는 두 편의 단막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단 3명만이 등장하는 ‘피렌체의 비극’은 자신들의 불륜에 시치미를 떼고 아무일 없는 듯 행동하는 비앙카와 귀도, 이들의 관계를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비앙카의 남편 시모네의 심리전이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자신의 사랑만큼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표출되는 시모네의 고도의 심리전은 귀도 스스로 불륜을 인정하게 만들고 급기야 검을 들게 함으로써 심리전을 승리로 이끔과 동시에 사랑을 되찾아 온다.
하지만 극은 심리전의 기본인 스릴이나 반전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두 남자의 결투 장면도 너무 단조롭게 처리되는 등 내용이 전반적으로 밋밋해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이지 못했다.
여기에 “당신이 그렇게 세다는 것을 왜 말 안했어요?”, “당신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왜 말 안한거야?”라는 생뚱맞은 대사는 극의 재미를 더욱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두 번째 작품인 ‘아내들의 반란’은 전작과 달리 극중 박진감과 반전 등이 돋보였다. 특히 배우들의 익살스러움과 그 속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애드리브는 배우들이 극중 인물에 몰입했음을 보여줬고 탄탄한 연기로 이어지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쌀쌀맞음으로 남편들이 전쟁터로 또다시 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아내들의 맹세, 하지만 이런 아내들의 행동을 눈치챈 남편들의 반전이 담긴 맹세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담아냈다.
여기에 겉으로는 쌀쌀함을 보이면서도 내면에서는 그리움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는 장면은 연출 의도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가 조화를 이뤄 극의 재미를 더했다.
다만 자신의 여자친구를 통해 아내들의 반란 내용을 남편들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배신자 역인 우돌린역을 여성이 맡은 것과 남편들과의 기싸움에서 아내들이 사랑을 지나치게 애걸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점은 2천500여년 전 쓰여진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의 권위가 상당히 낮게 묘사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두 편의 단막 오페라는 국내 초연이라는 점(피렌체의 비극)에서, 성에 대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익살스럽게 펼쳤다는 점(아내들의 반란)에서 단막오페라의 가능성을 보여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2006년 마술피리, 2007년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그리고 올해 ‘프렌체의 비극 & 아내들의 반란’으로 이어지는 성남아트센터만의 오페라 계보는 이제 실험정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노련함이 가미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명수기자 ms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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