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엽 "해외서 인정하는 최고의 DJ 꿈꾼다"

일렉트로 하우스 음악 담긴 싱글 발표

(연합뉴스) 구준엽(39)은 스스로 '팔자가 세다'고 했다. 1993년 탁이준이로 데뷔해 잘 나가려던 중 멤버의 마약 복용으로 팀이 해체됐고, 1996년 강원래와 클론을 결성해 큰 인기를 누리던 2000년 강원래의 교통사고로 어쩔 수 없이 공백기 5년을 보냈다.

"'될 만 하면' 주위에서 자꾸 일이 벌어졌네요. 강원래 사고 이후 소속사에서 '클론이 너무 잊혀지는 것 같다. 너라도 해야지'라는 거예요. 솔직히 저도 먹고 살 것도 없고 세금 환급을 받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2003년 솔로 음반을 냈는데 홀로 무대에 서는 게 심정적으로 불편해 못하겠더라고요."

구준엽은 최근 'DJ 쿠(KOO)'란 이름으로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 음악이 담긴 싱글 '아임(I'm) DJ 쿠'를 발표했다. 18일 만난 그의 말에 따르면 5년의 공백기 동안 클럽에서 '놀면서' 디제잉에 빠졌다는 것.

이때 스스로를 냉정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음악은 너무 하고 싶은데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댄스음악 만큼은 전문가이니 그 감성에 잘 맞는 DJ를 해야 값어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 DJ들을 보면서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파겠다고 결정했고, 유럽에 진출해 한국에도 훌륭한 DJ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구준엽에게 DJ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클러버들이 DJ박스 밑에서 노는 반응을 보면 알아요.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그 안에서 관객의 간지러운데를 긁어주는 DJ가 훌륭합니다. 관객은 조금 더 신나고 싶은데 무게감 있는 음악을 틀면 기분이 팍 다운되죠. 흥이 오를 때 더 신나는 걸 틀어줘야 해요. 두시간 내내 한장의 CD에 음악을 담아와 트는 DJ도 있어요. 그러나 순간순간 상황이 변하는 만큼, 순발력과 센스가 요구되죠."

그래서 그는 늘 500장의 싱글 음반이 든 CD 가방을 들고 다닌다. 물론 CD의 음악을 모두 외우고 있다. 그래야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빠른 시간 안에 다음 선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사람들이 지겨워 한다 싶으면 모두 아는 히트곡을 틀어주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10여년 함께 한 프로듀서 김창환과 공동 프로듀싱해 '렛 미(Let Me)', '왜'가 수록된 음반을 완성했다. 김창환이 작곡했고, 구준엽은 미디(MIDI:Music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로 음악을 만들 때 악기 소스와 편곡 아이디어를 냈다. 랩 메이킹도 직접 했다.

신인 한나가 보컬 피처링을 한 타이틀곡 '렛 미'는 전자 사운드가 현란하게 융합돼 신나는 곡. 방송 때는 프랑스에서 시작돼 유럽에서 대히트한 춤 테크토닉(Tecktonik)을 선보이는데 그는 무대에서 랩과 춤, 디제잉을 한다.

"유럽에서는 '현대판 디스코'라는 테크토닉의 유행이 좀 지났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오지 않았죠. 몇몇 가수들이 테크토닉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여줬어요. 제가 개발한 건 아니지만 춤 전문가로서 이런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요."

사실 불황인 국내 음악 시장에서 시끄러운 클럽 음악으로 통하는 음반을 내놓은 것도 대단한 용기다.

구준엽은 "어차피 음반은 안 팔린다. 대중에게 맞추고 히트해야 한다는 생각에 끌려다니니 요즘 가요는 모두 똑같다. 과거 가요계는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지지 않았다. '쿵따리 샤바라'가 유행할 때 해외에선 마카레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가 나왔을 때 테크노가 유행했다. 지금 일렉트로닉이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인데다, 내가 국내 가요계 트렌드에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헤어지기 전 그는 테크토닉을 잘 추는 '팁'을 줬다.

"팔동작이 커서 상체가 중요한 춤이라고 오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몸과 다리의 바운스(Bounce)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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