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획전ㆍ특별전, 갤러리와 카페도 운영
(연합뉴스) 은은한 예술영화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 극장에서는 부스럭거리며 팝콘을 먹지않고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객석을 뜨지 않는 시네필들의 천국이다.
대중성은 떨어지더라도 작품성이 높은 영화들을 상영해 온 영화관들이 모여 있어 '예술영화의 거리'로 인정받고 있는 광화문 지역에 '젊음의 동네' 신촌이 도전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상업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조차 눈에 띄게 줄어든 요즘, 대관 계약 등 운영상의 문제에 부딪힌 작은 영화관들이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거나 프로그래밍에 변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촌에 부는 예술영화 바람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해 온 영화사 백두대간은 26일 이화여대의 복합 편의시설인 ECC(이화 캠퍼스 컴플렉스) 안에 아트하우스 모모-이화ㆍKB시네마(이하 아트하우스 모모)의 문을 연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최신식 영사ㆍ음향 시설을 갖춘 138석짜리 상영관 2개관과 관객을 위해 DVD와 책, 음반을 비치한 '앤의 다락방', 영화관 출구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엑시트 갤러리'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개봉작 상영을 넘어서 책과 음악, 방송을 곁들인 문화 행사 '북 콘서트', 기대할 만한 신간의 작가와 관객과 만남을 주선하는 '책 읽어주는 영화관',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관객이 안심하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꼬마들의 시끌벅적 영화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전지영 과장은 "신촌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에 발 빠른 10~20대 여성이 자주 오가는 지역인 만큼 이들의 감성에 부합하면서 좋은 영화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걸작을 소개해 새로운 예술영화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월 말 종로 낙원상가를 떠났던 영화사 이모션픽처스는 이달 말 연세대 동문 인근에서 새단장을 마치는 대로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의 문을 열 예정이다.
그동안 예술영화를 꾸준히 개봉하고 '영화 감독의 영화 분석' 등 프로그램으로 수준 높은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해 왔던 필름포럼은 새 터에서 예전처럼 2개관을 운영하지만 관객석 규모는 56석과 90석으로 줄여 알차게 운영할 계획이다.
이리라 필름포럼 홍보이사는 "아직 공사 중이라 확실한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았으나 예전처럼 작품성 높은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할 계획"이라며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뜻에서 기획전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지역 극장들 '뭉쳐야 산다'
광화문역 인근에 몰려 있는 예술영화관들은 웬만한 멀티플렉스 극장보다도 편리한 시설과 비상업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각종 기획전과 특별전으로 시네필을 유혹하고 있다.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으로 시선을 끄는 흥국생명 빌딩의 씨네큐브 광화문은 현대적인 느낌의 외관과 풍부한 편의시설, 꾸준한 예술영화 상영으로 고정 관객을 확보하면서 예술영화관으로는 성공적인 수준인 연간 20만 명의 관객을 유지하고 있다.
길 건너편 서울역사박물관 옆에는 영화사 미로비젼이 운영하는 미로스페이스가 있다. 2002~2003년 종로구 관훈동에서 운영되다 2006년 120석 규모의 단관으로 재개관한 미로스페이스는 멀티플렉스와 전혀 다른 비상업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압구정점과 명동(중앙)점을 운영해 왔던 영화사 스폰지의 극장 체인 스폰지하우스가 가세했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점은 지난해 12월 조선일보 미디어센터에서 문을 열면서 팝콘과 콜라 대신 케이크와 주스를 파는 카페를 마련했다. 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담한 갤러리도 만들어 예술영화관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이들 극장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꾸리는 동시에 '뭉쳐야 산다'는 전략도 쓰고 있다.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색다른 영화 7편을 소개하는 영화사 스폰지의 기획전 '씨네휴(休)'는 26일부터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점과 씨네큐브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함께 진행된다.
영화사 스폰지의 김효정씨는 "단관으로 운영하는 광화문점은 카페, 갤러리와 함께 있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며 "'뭉쳐야 산다'는 생각으로 다른 예술영화관들과 함께 행사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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