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맺힌 농민들 울어버린 牛시장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고 소비까지 줄어들어 자꾸 가격이 떨어지는데 사료비만 올라가고 있어요. 송아지를 내다 파는 심정이 아주 착잡합니다.”

5월12일 오전 9시 안성시 서운면 안성가축시장(우시장).

한달에 두번 열리는 이날 우(牛)시장은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속에 송아지를 팔려는 농민과 이를 싼 값으로 사려는 농민 60여명이 모여 평소보다 썰렁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를 애타게 바라보는 농민들은 군데군데 모여서 떨어지는 한우 가격에 연신 고개를 흔들며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댔다. 이날따라 송아지 울음소리까지 서글프게 들렸다.

평소 같으면 송아지 가격을 흥정하는 농민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시끌벅적 했지만 이날 안성 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농민 정재영씨(52·안성시 공도읍)는 “올해 초까지 한 마리당 250만~300만원이던 송아지 가격이 현재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20년간 송아지를 키워왔으나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과 사료값 폭등, 이로 인한 소값 하락 등으로 경기도내 한우농가의 시름이 우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3월 8천원이던 25㎏짜리 사료가 현재 40% 이상 크게 올라 1만2천원에 판매되고 있는데다, 송아지 가격 또한 300만원에서 70만~80만원 가량이나 떨어진 220만원대로 농민들은 송아지를 키우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더욱이 그동안 숫송아지보다 판매가격이 높던 암송아지의 경우 지난해 380만~400만원하던 가격이 불과 1년 사이 절반 이상 폭락한 190만원대에 팔리면서 키울수록 손해라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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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우농가들이 3중고에 시달리면서 이날 우시장의 최고 거래가격은 숫송아지 228만5천원, 암송아지 185만원으로 종전에 비해 두배 가량 싼 가격에 거래됐다.

홍우영씨(63)는 “혹시나 했는데 송아지 가격이 크게 떨어져 실망스럽다”면서 “미국 쇠고기 수입에 따른 불안감과 광우병 파동에 따른 소비 감소에 송아지 값만 떨어져 한우농가들이 설자리가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성축협 김상수 조합장은 “지난 2002년 한우파동 이후 축산농가들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안성의 우시장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한우농가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학성·사진 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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