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
북한의 대내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21일 오후 북한 예술계가 그 동안 "퇴폐적이고 반동적"이라고 평가했던 계몽기 가요(흘러간 옛노래) '대지의 항구'를 내보내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백년설이 불러 널리 알려진 '대지의 항구'는 일제시대 만주로 간 동포들이 이국 땅에서 받는 민족차별과 동족에게까지 차별받는 설움을 묘사한 노래.
중앙방송은 보천보전자악단이 부른 이 노래를 내보내면서 "애국의 뜻을 품은 양심적 문예인들이 조선인민과 중국인민 사이에 쐐기를 박으려는 일제의 간악한 민족이간 책동에 맞서 1940년에 제작한 영화 '복지만리'의 주제가"라고 소개, "우리 인민은 중국 인민과 손 잡고 일제의 식민지 예속과 민족이간 책동을 짓부수고 기어이 조국해방을 이룩하고야 말 의지를 가다듬으며 '대지의 항구'를 널리 애창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예술계는 1980년대 중반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흘러간 옛노래 중 '고향의 봄', '황성옛터', '눈물젖은 두만강' 등 "우리 민족이 망국민의 신세를 한탄해 부른" 이른바 "건전한" 노래에 대해 선별, 평가하고 대중가요로 보급했지만 '대지의 항구'에 대해서는 "퇴폐적이고 반동적"인 가요로 분류하고 혹평했다.
북한 예술잡지 '조선예술'은 2004년 10월호에서 영화 '복지만리'에 나오는 주제가 '대지의 항구'와 '복지만리'와 함께 '무정한 달', '애수의 황혼', '새벽정거장' 등을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타락시킬 목적을 갖고 만들어 퍼뜨린 퇴폐적인 유행가"로 꼽았었다.
그러나 중앙방송이 보천보전자악단에서 새로 형상한 계몽기 가요라며 '대지의 항구'를 내보낸 것은 이 노래를 비롯해 그동안 "퇴폐적이고 반동적인" 금지가요로 평가했던 일부 유행가에 대해 평가기준을 바꿔 북한 예술계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방송은 이어 "일제 놈들은 이 영화(복지만리)를 제 놈들의 뜻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화의 연출가를 체포해 갔으며 적들의 비인간적 행위는 우리 인민의 강한 분노를 자아냈다"고 전했다.
또 "선율음조와 진행에서는 비록 민족적 색채와 거리가 멀고 도식화된 일련의 제한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일제의 탄압의 산물이며 바로 이 노래 한곡에도 우리 민족의 피눈물 고인 수난의 역사가 비껴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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