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필름 느와르는 어둡고 비정한 범죄의 세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이런 필름 느와르가 키득거리는 웃음을 쉽게 이끌어내는 동시에 사랑스러운 로맨스까지 담고 있다면?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나이트 버스'는 느와르와 로맨스, 코미디 등 어색할 것 같은 세 가지 장르가 어렵사리 조화를 이뤄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영화다.
레이라(지오바나 메로지오노)는 미모를 이용해 남자로부터 돈이나 여권을 훔쳐내는 도둑이다. 레이라는 어느 날 밤 한 남자를 유혹해 여권 여러 개를 훔치는데, 그날 밤부터 마피아들과 국가 정보기관 요원들이 레이라를 쫓기 시작한다.
지갑과 돈을 모두 잃고 정신없이 달아나던 레이라는 프란츠(바레리오 마스탄드레아)가 운전하는 야간 버스에 뛰어든다. 별 볼 일 없는 남자인 프란츠는 도박에서 돈을 잃고 친구에게 큰 빚을 져 더욱 초라한 신세다.
레이라는 버스 종점까지 이르자 간단하게 프란츠를 유혹해 그의 집에서 묵는다. 그날부터 프란츠도 레이라와 함께 마피아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느와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파괴적인 미모를 지닌 팜 파탈과 잔인한 마피아가 선한 남자 주인공의 삶을 망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과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약해지는 여자 주인공은 로맨틱한 색깔을 슬며시 덧입히고 조연들의 도움을 받아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를 이끈다.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에 나오는 공항 장면. 여기서 영화는 잠깐동안 냉혹하고 허탈한 범죄의 끝을 보여주면서 느와르의 진수를 슬쩍 맛보여 준다. 그런 다음 시치미를 뚝 떼고 코미디와 로맨스로 완전히 돌아선 채로 유쾌한 결말을 맞는다.
동명 원작소설을 쓴 작가 지암피에로 리고시가 직접 각색을 맡아 살아있는 캐릭터와 단단한 구성을 스크린에 심어놓는 데 한몫했다. 다비데 마렌고 감독은 이 영화가 처음 연출한 장편이지만 깔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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