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프랑스의 따뜻한 휴양도시 칸에서 해마다 열리는 영화의 축제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3대 국제 영화제(칸ㆍ베니스ㆍ베를린) 중에서도 예술적인 자존심을 지키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도 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칸 영화제의 중심에는 질 자콥(78) 집행위원장이 있다.
그는 20여년간 영화제 실무 책임자인 사무국장의 자리를 지켰고 2001년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 일해온 칸의 터줏대감.
자콥 위원장은 1978년 신인 감독을 위한 황금카메라상과 1990년 학생영화 경쟁부문 '시네파운데이션'을 신설하는 등 영화제의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었다.
지난해 영화제 60회를 기념, 세계적으로 쟁쟁한 거장 30여 명을 불러모아 자체 제작 프로젝트 영화인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만드는 등 세계 영화계에 그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제61회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 발표 이후 자콥 위원장은 연합뉴스의 이메일 인터뷰 질문에 고풍스러운 문어체의 불어로 27일 답변서를 보내 왔다.
그는 "올해에도 여러 훌륭한 작품이 살아 숨 쉴 수 있게 한다는 영화제의 기본 정신에 집중하려 한다"며 "영화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10년에 걸쳐 더 적은 수의 작품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한 전망으로는 "에너지로 가득한 젊은 예술가들 덕에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할리우드 영화가 꾸준히 초청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산업적으로 당연한 현상이며 지루하고 학구적인 영화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답해 영화제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영화제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영화제의 목적은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훌륭한 작품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영화제의 기본 정신에 거듭 집중하는 것이다.
--올해 초청작 선정 기준과 칸이 주목하는 감독의 특성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예술적인 완벽성과 다양성을 기준으로 초청작을 골랐다.
이번 영화제는 특히 3가지 유형의 감독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전설적인 명성을 갖춘 감독들과 칸 영화제가 국제적 명성을 얻도록 지원해 온, 이미 잘 알려진 감독들, 그리고 미래의 거장이 될 신진 감독들이다.
--칸 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보다도 점점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성공의 비결을 무엇인가.
▲영화제의 성공은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 휴식과 교양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거리를 걸어다니며 전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이 영화제의 초청을 받으면 명성이 따르리라는 신뢰감, 수상과 판매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요소도 중요하다.
1년에 한번 에너지와 창의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 며칠 만에 전 세계에서 온 기자들과 만나 경제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과 칸 숙박시설의 탁월함도 빼놓을 수 없다.
--칸 영화제가 세계 영화산업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영화산업은 전 세계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인들의 만남과 화합, 영화 판매와 구매, 프로젝트와 공동 제작의 구체화, 작품 연출이 가능하다. 이런 여러 것이 칸 영화제 성공의 이유지만, 상영관의 부족으로 참가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성공에 따르는 대가다.
--영화적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상영작이 점점 줄어든다는 지적과 할리우드와의 밀착 관계를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칸 영화제는 최고의 예술적 수준을 지닌 영화들을 최대한 선보이려 노력한다. 가능한 한 많은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도 그런 이유에서 초청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할리우드는 판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칸에서 열리는 영화시장에서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이런 추세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 토론과 흥미를 유발하는 영화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논쟁적으로 보일 만한 영화의 수는 해마다 달라진다. 잠만 쏟아지게 하는 지루하고 학구적인 영화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10년간 칸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향후 10년간의 첫 과제는 초청작에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 좀 더 적은 편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상영작수를 줄이면 믿을 만한 영화제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론과 전문가, 특히 구매자들로부터 참여작들이 주목을 받도록 하고자 한다.
--칸 영화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칸 영화제는 전 세계의 작품들이 해마다 모이는 이상적인 만남의 장이며, 태양이 빛나는 휴양지의 분위기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칸 영화제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견해를 들려달라.
▲한국 영화는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번영하는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와 창의력 가득한 젊은 예술가들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더욱 발전하고 유력한 국제 영화제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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