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중음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다>

쥬얼리, 왁스, 애즈 원 등 유럽 곡 리메이크   제작자들 "'원 모어 타임' 같은 곡 없나요"

(연합뉴스) 새 봄, 대중음악계 키워드는 '일렉트로닉'과 '리메이크'. 가요계 불황 속에서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이 이른바 '대박 상품'으로 뜨면서 '유럽'이 두 요소를 아우르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유로댄스곡 '원 모어 타임'은 이탈리아 가수 인-그리드(In-Grid)의 2001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했으며 다소 낯선 유럽 곡인 덕에 검증된 곡을 신곡처럼 발표해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인-그리드는 자신의 노래가 한국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소식에 여름께 내한을 고려하고 있다.

왁스 역시 스웨덴 댄스팝 듀오 러키 투와이스(Lucky Twice)의 동명곡 '러키(Lucky)'를 디지털 싱글로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이 곡은 2006년 발매 당시 스웨덴 차트 1위는 물론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프랑스, 독일, 핀란드,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여성듀오 애즈 원도 이탈리아가 배출한 유명 댄스그룹 라디오라마(Radiorama)의 동명곡 'ABCD'를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는 1980~90년대 폭발적인 인기로 유로 댄스 열풍에 빠지게 한 대표곡이다. 한 음반제작사는 유럽 히트곡을 모아 새로이 편곡해 리메이크 음반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음반제작자들은 앞다투어 유럽 음악시장에 눈맞춤을 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히트곡 중 유럽 작곡가의 곡도 사실 다수.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곡은 리메이크가 아니라 미발표 신곡.

보아의 '넘버 원(No.1)'은 노르웨이 작곡가 지기(Ziggy), 동방신기의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역시 노르웨이 작곡가 대니얼 팬드허(Daniel Pandher)와 로버트 주다스(Robert Zuddas)의 공동 작품. 슈퍼주니어의 '유(U)'는 스웨덴 작곡가 켄 잉베르센(Ken Ingwersen)과 케빈 심(Kevin Simm)이 함께 만든 노래다. SM엔터테인먼트는 매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미뎀(Midem)국제음악박람회에 참여해 전 세계 각국의 좋은 곡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달리 생소한 시장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코드'가 맞는 음악이 꽤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는 열악한 국내 시장 탓에 리메이크 선호 경향과 맞물리며 기폭제가 됐다. 일본 곡과 우리의 1980~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게 식상해진 데다,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의 노래를 찾다보니 유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유럽 레이블을 국내에 소개하며 '원 모어 타임'의 국내 퍼블리싱 에이전트를 맡은 ㈜필뮤직의 퍼블리싱 담당 신희원 과장은 "스웨덴과 이탈리아의 노래가 한국 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 영국은 록과 일렉트로닉이 대세지만 스웨덴에는 아바(ABBA) 같은 그룹도 있지 않나"라며 "'원 모어 타임'이 히트한 후 '인-그리드의 다른 곡은 없나' '유럽의 좋은 곡을 추천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일렉트로니카 붐과도 연관이 있는데, 제작자들은 기승전결이 있는 곡이 아니라 주로 하나의 테마가 반복되는 곡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메이저 가수의 퍼블리싱은 소니 등 직배사들이 관리하지만 나머지 가수들은 현지 회사와 다이렉트로 일해야 하는 업무상의 번거로움은 있다"고 말한 뒤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전환 중인 유럽은 한국을 모바일 음원 시장의 파이가 큰 나라로 인식해 우리의 온라인 시장에 관심이 크다"고 덧붙엿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팀장 출신인 WS엔터테인먼트의 안석준 부사장은 "유럽은 발라드보다 댄스 시장이 큰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검증된 곡을 대중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곡처럼 발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탈리아 가수가 이정현의 '와'를 불법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는데 분명 공통된 정서가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한 케이블 채널의 PD는 "유럽 곡을 소개하는 것이 다양성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창작보다 리메이크에 열을 올리는 기현상이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형성해 아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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