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부터 영화박물관 개관 기념 영화제서 소개
(연합뉴스) 1967년 신동헌 감독이 만든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발굴돼 대중에게 소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5월9일 영화박물관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올해 초 일본에서 상영된 16㎜ 판본을 입수해 복원 과정을 거친 '홍길동'을 폐막작으로 상영한다.
영화 필름이 보존되지 않아 기록으로만 남았던 '홍길동'은 2007년 말 애니메이션 연구자 김준양 씨를 통해 필름 소재를 제보받아 입수 작업이 이뤄졌다. '홍길동'은 세기상사주식회사가 35㎜ 필름으로 제작한 66분짜리 컬러영화다.
15일 오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린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동헌 감독은 "1966년 제작을 완료했고 대한극장에서 상영한 것이 1967년 1월이었다"면서 "41년 만에 다시 보니 잃었던 자식을 다시 찾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시 제작의 애로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여러분이 애쓰셔서 복원 작업을 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며 "정말 감격스럽고, 지금 봐도 창피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양 씨는 "제가 아니어도 워낙 관심작이어서 프린트를 발굴할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며 "연구과정에서 한국의 영화가 일본의 지방 도서관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홍길동'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발굴 과정을 소개했다.
'홍길동'은 이번 영화제 폐막식에서 상영되는 것과 함께 7월에 열릴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영상자료원은 5월9일부터 3주일간 열릴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총 7개 섹션 58편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현존 최고(最古) 한국영화이자 무성영화인 안종화 감독의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변사 공연으로 연출한다. 나운규의 뒤를 잇는 최고의 액션 스타로 일컬어지는 이원용의 연기를 만날 수 있으며, '아리랑'의 여주인공이었던 신일선이 주연을 맡았다. 활극과 멜로, 신파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던 1930년대 영화를 21세기의 새로운 연출기법으로 덧입힌다.
김태용 감독은 "영화를 보니 무척 재미있었다. 배우의 연기, 연출법이 지금 봐서도 손색이 없고 후배들에게 영화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그 당시 상황에 맞춰 상영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음악과 변사의 등장을 생각했다. 유명한 변사이셨던 김영환 선생의 음반을 들으며 많은 부분을 착안했고,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음악감독을 모셔와 음악을 재연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변사로는 배우 조희봉이 나선다.
박천휘 음악감독은 "제게도 대단히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라며 "4인조 밴드로 당시 상황을 최대한 살려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개막작, 폐막작과 함께 복원전, 수집전, 추억전, 특별전, 한국영화 숨은 보석전 등의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국내외 복원작을 소개하는 복원전에서는 대중에게 첫 공개되는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과 197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작인 '양도살자' 외에 '에바' '신헤이케 이야기' 등이 상영된다.
영상자료원이 수집한 작품과 각국 아카이브가 수집한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인 수집전에서는 1944년작으로 이번에 처음 다시 공개되는 '병정님', 1930년대 홍콩 모습이 담긴 '전정만리', '국혼' '스위트 홈' 등이 선보인다.
추억전의 상영작 목록에는 1970~1980년대 한국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 '쉘부르의 우산' '태양은 가득히' '닥터 지바고' '천녀유혼' 등이 올랐다.
특별전 역시 영화팬들에게 관심을 모을 섹션. 4시간 이상의 최장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1'에서는 러닝타임이 5시간10여 분에 이르는 '1900년' 외에 '꼬뮨' '잔느 딜망' '최후의 증인'이 상영된다.
'특별전2'에서는 '마틴 스코세이지와 영화여행'과 함께 10명의 후배 감독이 5명의 원로 감독에게 바치는 다큐멘터리 '나의 사랑, 나의 여행'을 소개한다.
또 한국영화 숨은 보석전에서는 영상자료원이 추천하는 한국 고전영화의 숨은 걸작인 '육체의 문' '불나비' '해바라기 가족' 등이 상영된다.
영상자료원 오성지 프로그램팀장은 "이번 영화제를 발굴, 복원, 경험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로 기획했다"면서 "수집과 복원을 통해 되살아난 영화들, 고전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는 영화를 섹션별로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조선희 영상자료원장은 "5월9일 영화박물관과 시네마테크 개관으로 지난해 상암동 이전 이후 시작된 영상자료원의 역할이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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