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해진 볼거리 되레 감흥 깨뜨려
‘쉽고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연이 보고 싶다.’
경기도국악당이 4번째로 업그레이드 해 내놓은 공연 ‘한국의 미-웨딩(이하 웨딩)’을 보고 나오면서 느낀 점이었다.
경기도국악당의 대표 공연 ‘웨딩’이 이달초 4번째 재탄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대를 찾았다. 그래서 기대 또한 컸다.
흥을 돋우기 위한 간단한 쿵짝쿵짝 박수 게임에서 시작한 공연 웨딩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로 펼쳐졌다. 최 대감집 딸 순이와 하인 돌쇠는 사랑하는 사이다. 하인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 취미인 최 대감은 물론 순이와 돌쇠 사이를 인정할 수 없다. 전편은 최 대감의 반대에 좌절한 순이는 물에 몸을 던지고 순이를 돌쇠가 다시 살려내고, 이에 최대감이 돌쇠를 인정하게 된다는 스토리였다. 지난번 무대의 인위적인 스토리에 비해 이번 편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최 대감이 사위감으로 데려온 정 도령이 보낸 납치범이 순이를 납치하려 하자, 돌쇠가 순이를 구해낸다는 것.
얼개는 달라졌지만, 전편에서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형광 부채춤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보통 수준을 훨씬 넘는 퓨전 국악음악은 공연장을 웅장하게 채웠다.
전체적 분위기는 전편에 비해 훨씬 고급스럽고 퍼포먼스가 강화돼 볼거리가 강화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은 퍼포먼스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서민적인 맛이 물씬 풍기던 부분은 예술성이 보강됐다. 배우 의상도, 세트도 조금씩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꾸며졌다. 최 대감 집과 대나무 밭 2곳에서 전체 스토리가 전개되던 기존 세트에서 동양화 배경, 신혼방 세트, 퍼포먼스 세트 등으로 다양해졌다.
다양한 세트만큼 부채춤, 상모돌리기, 타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가 삽입돼 전체 분위기가 흥겨워졌다. 주요 관객인 외국인과 학생을 위해 너무 복잡한 스토리보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 점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퍼포먼스와 볼거리 사이 자연스럽지 못한 연결고리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잔뜩 늘어놓고 아직 제대로 배열을 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세세하게 아쉬웠던 점을 일절하더라도, 전체 공연 중 가장 서정적인 부분으로 기억돼야 할 순이와 돌쇠의 사랑의 춤 부분에서 무대의 허전함도 눈에 띄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다른 부분에 비해 볼거리보다 서정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갑자기 맥이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배우 두명이 춤으로 감당하기에 무대가 너무 넓었다. 조명이나 무대 효과 등으로 미적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볼거리 사이 유기적 연결고리가 없다면, 단순한 쇼의 연속에 불과하다. 한국전통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전체 관객 중 거의 50%를 차지하는 만큼 전체 스토리를 가볍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한다. 연결고리와 복잡한 부분을 다듬고 끊임없이 쿵짝쿵짝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것보다 꼭 강조돼야 할 퍼포먼스에서 시원하게 터뜨려준다면 훨씬 속 시원한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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