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벽을 깨고… 건설현장 접수하다”

장춘덕 효진건설㈜ 대표

◇위기에서 시작하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외환위기가 국내 경제를 흔들어 놓을 당시 장 대표는 일반건설회사에 경리일을 하고 있었다. 친오빠와 동업 형식으로 운영되던 회사는 외환위기로 자연스레 분리가 되고 그 한 부분을 장 대표가 떠 맡았다.

아직까지도 여성에게 힘든 업종으로 인식되는 건설업이지만 장 대표는 “그래도 할 줄 아는 일은 건설업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청업체이니 만큼 일은 많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게 건설업의 특징이라지만 “별을 보고 출근해서 별을보며 퇴근하는 날이 비일비재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오기로 일어서다= 경영을 직접 맞고 나서도 힘겨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영업이 가장 힘들었다. 수주를 받기위해 찾아간 거래처에서 ‘여자’라고 대 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10여년의 경험으로 건설업 전반을 알고 있는 그녀에게 도면을 펼쳐놓고 “알아볼 수 있겠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그때는 여자가 뭘 알겠냐는 식으로 물어봐서 참 당황하기도 했었다”며 “당시 생긴 오기가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일 이후 장 대표는 도면 읽는법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했고, 거래처를 하나씩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일에 대해서 더 철저해지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성장기= 효진건설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창업이후 4년이 흐른 뒤였다. 재하청만을 맡아서 하는 일에 한계를 느꼈던 장 대표는 작은 일이라도 직접 나서야 겠다는 생각에 건설업 단종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물론 면허을 취득할 때까지 힘겨움은 두배에 달했지만 이후 앙골라 해외공사도 하게 됐다. 지하철공사와 동탄현장 등 유명한 공사현장에 효진건설의 제품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번듯한 국내 건설업체로 등록이 돼 수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 비하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5년 정도만 있으면 남들도 인정할 만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 대표는 자신했다.

◇특허출원= 금속구조물을 이용한 도어 생산업체인 효진건설은 그 가운데서도 방화용유리창, 방화 발코니, 자동 방화문 등이 주력생산품이다. 이 모든 것이 장 대표와 직원들이 노력해 얻은 특허 상품이다. 지난 200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제품 한개당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가며 특허준비를 했다. 기존 차별성 없는 제품만으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개의 제품이 특허를 획득했고, 올초에도 추가로 한개 제품이 특허를 얻었다. 특허 획득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시험에 합격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시합격이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세상의 편견을 딪고= 장 대표는 사회적으로 평범한 두 아이의 어머니이다. 그냥 어머니라고만 하는 것은 그녀가 이혼녀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흔하디흔한 일이 됐지만 장 대표가 홀로서기를 할 때에는 그 자체가 편견으로 작용했다. 회사가 부도를 맞은 이후 회복기에 있던 시절,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받은 융자금을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갚아야 했다. 장 대표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회사사정이 나아지는 것과 별개로 사회적 편견이 사업하는데 가장 힘들었다”고 씁쓸해 했다. 이후 장 대표는 “거래처는 물론 사회적으로 약점 잡히지 않으려고 작은 일 하나도 소홀할 수가 없다”며 “아마도 여성 경영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겪어본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모두 성인이 된 두 아들들을 데리고 일을 나가는 경우도 많았었다.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가 아르바이트를 자청하며 어머니의 일손을 돕고 있다.

◇여성CEO로 산다는 것= 편견을 딪고 일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여자로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장 대표는 이야기한다. 여성이 기업의 대표라면 옆에 누가 있고, 뒤에 누가 있다는 등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있는 그 자체를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표현을 해도 속편하게 터놓을수 있는 부분도 상대적으로 적다. 속에 있는 얘기를 못하다 보니 가끔은 약점잡힐까 두렵기도 하고, 또 가끔은 무능력하다는 얘기를 들을까 신경이 쓰인다. 건설업계에서는 남성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 돼 버린다.

이런 이유로 장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여성CEO로 산다는 것이 “참 외로운 일”이라며 “언제까지 이런 이들을 반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 놓지만 오늘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건설기업과 여성경영인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하기위해 하루에 25시간을 뛴다.

/장충식기자 jc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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