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문화예술회관 / 인천시립극단 ‘불멸의 처’
고려의 여걸(女傑)을 뽑으라면 고려말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대장공주 인덕왕후일 것이다. 원나라 세조의 딸로 태어나 1351년 원나라에 입조한 공민왕에게 시집와 그해 10월 공민왕이 왕위에 오르자 12월 함께 개경으로 온 노국공주.
공민왕의 사랑을 받았고 난산끝에 짧은 인생을 살다 간 원나라 공주. 노국공주의 죽음은 공민왕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겼고 이후 총명하고 의젓했던 공민왕은 방황하다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인천시립극단이 봄을 여는 정기공연으로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공민왕이 먼저 떠나버린 왕비에게 바치는 애절한 연가 ‘불멸의 처(이원경 작·이종훈 연출)’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극작가 이원경의 원작을 이종훈 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다.
얼개는 복잡한 시대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풀어간다. 고려 31대 왕위에 오른 공민왕은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 끝에 숨을 거두자 비통함에 빠지고, 공주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에 정사를 살피지 않는다. 노국공주를 위한 영전을 새로 짓고 신돈을 불러 불공과 치성에만 전념한다. 후궁인 익비와 재상들이 후사를 걱정하나 젊은 동자를 익비 침실로 보내며 절개를 지키려 하고 신돈은 왕비가 환생했다며 왕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자괴감에 빠져 태후와 재상들의 충언을 따르지 않다 결국 환관 최만생의 칼에 최후를 맞은 공명왕은 노국공주 영전 가까이 가려고 몸부림치다 그의 영정 앞에서 숨을 거두고….
‘불멸의 처’는 여느 역사극처럼 고려말 복잡한 정치상황에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는다. 고려말 시대배경을 바탕으로 시공을 초월해 가장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 한다. 영원히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님, 사랑 때문에 국사를 소홀히 하는 왕이기 보다는 왕위를 노리는 세력들의 위협 속에서, 심지어 심복의 칼에 의해 최후를 맞는 상황에서도 그가 간직하려 했던 사랑의 원형을 애잔하게 그릴 뿐이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와의 사랑은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그려지고, 범패의식과 바라, 승무 등이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준다. 특히 노국공주의 심정을 무용으로 표현해 대사 형식을 벗어나 행위만으로 무대와 관객이 숨죽이며 소통하는 백미를 선사한다.
차광영(공민왕), 정순미(노국공주), 임흥식(신돈), 송정화(익비), 정남철(최만생) 등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와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일반 1만5천원, 청소년 1만원. 문의(032)420-2790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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